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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올림픽기념관.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침몰 세월호의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많은 시민,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안산/하태황 기자 |
안산올림픽기념관에 설치된 임시분향소에는 남다른 사연을 가진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단원고 3학년인 A양은 사고로 사망한 학생 중 동아리 후배들과 친구의 동생도 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A양은 "동생을 잃은 내 친구는 지금 거의 실성한 상태다. 내일 당장 등교해야 하는데,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가야할 지 모르겠다"고 흐느꼈다.
같은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양은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분향소 외부 벽에 붙였다. 편지에는 '차가운 파도가 거세게 칠때면 그 파도가 쇠갈고리가 돼 내 마음을 긁는 것 같다...이제 그 누구에게라도 기다리라는 말을 어떻게 할까'라며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표현했다.
아들이 단원고를 졸업해 더 마음이 아팠다는 박현미씨는 조문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충주시에서 올라왔다. 박씨는 "차 타고 오던 중 라디오 방송을 듣다 너무 마음이 아파 운전을 할 수 없었다"며 "정말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생겼다"고 침통해했다.
엄미경(56·여)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강모 교감과 특별한 인연이다. 엄씨의 아들이 강교감의 제자였던 것. 엄씨는 "선생님께서 원곡고 재직하실 때 우리 아이에게 도덕을 가르치셨다. 당시에도 굉장히 강직하고 책임감이 투철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안산 성포동에서 작은 교회 목사인 김형태씨는 분향소가 열자마자 바로 조문을 왔다. 김씨는 "우리 교회에 다니는 교인 중 8명이 이 사고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주 주일에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고 애통해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분향소를 찾아왔다.
아직도 조카를 찾지 못했다는 고모 C씨는 "집에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정신이 없어서 우리 조카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라며 주저앉아 오열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