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학년 1반 OO야, 이제 돌아와. 엄마 왔으니까 어서 돌아와. 지금껏 한번도 속썩인 적 없었잖아, 우리 착한 아들…. 이놈아 제발 빨리 돌아와…."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오전 진도 팽목항 선착장.

실종된 안산 단원고생의 엄마가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목놓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엄마는 고개를 떨군 채 오열했다.

주변서 지켜보던 이들도 애잔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일째인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미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금 뒤 가족대책상황반에서는 한 여성의 찢어질 듯한 고성이 들렸다. 이 여성은 "만날 회의만 하면 뭐해, 내 새끼 찾아와"라며 꺼이꺼이 다 쉰 목소리로 통곡했다.

사고 9일이 지나도록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 지독하고 괴로운 답답함은 팽목항 전체를 짓눌렸다.

실종자 가족은 수시로 사망자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상황판이 설치된 부스를 들락거렸다.

신원 미상으로 기록된 한 학생의 인상착의를 보면서 한 여성은 "이거 우리 OO 아닐까, 물어보자"라고 하자 바로 옆 딸이 "아니야. 우리 동생은 송곳니가 뾰족하지 않잖아. 특이사항 기록했으니 찾으면 말해주겠지. 걱정하지마, 엄마"라며 토닥였다.

한 할아버지는 "지금도 수색중인 건가요", "언제 들어갔나요"라며 해경 관계자를 붙잡고 연거푸 대답없는 질문을 던졌다.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가면서 실종자 가족 사이에는 시신도 못찾는 것 아닐까하는 우려도 커져만 갔다.

파란색 가족대표단 조끼를 입은 두 남성은 상황판에 붙은 세월호 객실도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일째인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어제부터 의외로 사망자 수습이 더 안 되는 것 같아…. 배 안에 없는 것 아니야? 환장하겠구만, 객실에 있어야할텐데…"라며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희뿌연 담배연기를 토해냈다.

그때 사망자 수습 명단이 새로 붙으면서 한 학부모가 아들을 찾은 것 같다며 큰 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가족은 "살아올 수 있다면 좋겠지만…이제는 발견이라도 됐으면 좋겠어. 장례라도 치러줄 수 있게…"라고 말했다.

상황실 옆 화이트 보드에는 '꼭 살아돌아오라', '보고싶다 얘들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라고 쓴 노란 리본이 붙었다. 가족들은 말없이 리본만 만지다가 되돌아갔다.

팽목항 인근 해상에는 하루 종일 119구조대원이 고무 보트를 타고 대기 중이다. 9일이 넘도록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가족의 돌발행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 17일 한 실종자 가족은 강한 물살에 구조작업이 중단되자 직접 헤엄쳐서라도 수색하러 가겠다며 바닷물에 뛰어들기도 했다.

발견된 사망자 수(24일 오전 10시 현재 159명)가 실종자 수(143명)를 넘어서면서 가족대기소 공간도 빈틈이 많아졌다.

DNA 검사까지 최소 24시간이 소요되는 확인 절차를 거치며 또 한번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인계받은 가족들은 서둘러 장례를 치르기 위해 팽목항을 떠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쳐보였다.

그리고 정부와 이 나라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4남매 중 둘째가 실종된 한 아버지는 "모든 게 정리되면 이민을 가겠다. 이 나라에서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눈이 붉게 충혈된 그는 "이건 비극이야. 문제는 이 비극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거야, 그게 더 답답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