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10년 암흑기'를 끝내고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킨 김기태(45)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나타나지 않은 김기태 감독은 끝내 '성적 부진에 따른 사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야구팬들에게 전했다.

김기태 감독의 사퇴는 시즌을 개막한 지 고작 18경기 만에 내린 결정으로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빠른 사퇴다.

앞선 세 번의 사례가 프로야구 초창기에 생긴 일이었다면, 이번 김기태 감독의 사퇴 결정은 출범 33년째를 맞은 프로야구가 긴 한 시즌 운용이 정착된 시기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더구나 김기태 감독은 10년 묵은 LG의 암흑기를 끝낸 장본인이라 더욱 팬들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이듬해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그 사이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 등 4명의 사령탑이 거쳐 갔으나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했으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수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든 경질될 수 있어 '독이 든 성배'로까지 통하던 LG 감독 자리에 앉은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보여주던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융화시켰다.

김기태 감독의 노력은 곧바로 나타났다. 2013년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하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로 팬들을 기쁘게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더 커졌고  상황은 기대와 달리 정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용병 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에 실패하며 선발 투수진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에 돌입한 LG는 정규리그 초반부터 심각한 투·타 엇박자를 내며 흔들렸다.

LG는 4승 13패 1무승부로 최악의 출발로 최하위에 머물며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했다.

특히 4월 중순부터 6연패와 4연패를 한 차례씩 당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일에는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서 정찬헌이 빈볼 시비에 휘말리는등 내적으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김 감독은 내·외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