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가 겪은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는데…."

세월호 침몰사고로 형제의 나라를 돕고 싶다며 진도체육관을 찾았던 터키 요리사들이 반나절만에 봉사활동을 접고 철수했다.

24일 오전 8시께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체육관에는 파란눈의 외국인들이 소형 트럭을 펼치며 음식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 살고 있는 터키 요리사들로, 이곳에서 케밥을 만들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 이날 오전 진도를 찾았다.

한국에 온 지 12년 됐다는 에네스 카샤(31)씨는 "세월호 뉴스를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며 "대한민국과 형제의 나라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도움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뜻을 모아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케밥 준비를 위해 대형 고기를 익히는 등 분주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조리대 아래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도 걸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가족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고기 냄새를 풍길 수밖에 없는 케밥 요리의 특성상 애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은 것.

카샤씨는 "한 끼라도 잘 드시고 희망을 가지시라는 의미였다"며 "힘든 시기를 잘 견디시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이번 사고현장에는 다수의 외국인들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약혼자 사이로 취업을 준비중인 아프가니스탄인 샴스 사밈(27)씨와 파란끼스 마하크(26·여)씨도 진도체육관에서 환경정화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이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저 역시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힘들긴 하지만 이분들이 기운을 차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