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 살려주지도 못할 거면, 빨리 데려와."

세월호 침몰 9일째. 기적의 생환은 물론 시신 수습까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무사귀환의 '희망'에서 지연된 구조에 '절망'하고 '통곡'한 부모들이, 결국 정부에 '분노'를 터뜨렸다.

24일 오전 10시20분께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 수십여명이 사고현장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지난 22일부터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에 접어들면서 수색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가족들이 스스로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2시간여 뒤, 현장으로 갔던 실종자 가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작업에 투입된 잠수사가 2명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력 수색이라는 대책본부의 약속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자, 가족 대표단의 거센 항의가 계속됐다. 가이드라인 보강 작업을 보고 가족들이 오해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납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30분께도 두 명의 실종자 어머니가 구조와 수색작업이 더딘 이유로 믿지 못하겠다며 가족지원상황실과 수색현황판을 부수면서 "내가 데리러 가겠다. 배를 마련해 달라"며 통곡했다. "나도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장례 치르는 사람이 부럽다고"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있던 가족들은 결국 오후 1시께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범정부 대책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을 항의방문했다.

또 팽목항으로 돌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에 몰려와,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가족들은 최 차장에게 "말로만 수색을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보는 앞에서 무전기로 지시를 내려라. 현장 작업을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가족들은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대책본부 바닥에 강제로 앉도록 한 뒤 농성에 들어갔다.

김 청장은 가족들에게 물세례를 맞기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거친 욕설을 하며 정부의 소극적 수색을 비난했다.

급기야 직접 무전기를 빼앗아 "전 인력을 동원해서 들어가. 청장 명령이야"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아이들 실종되면, 아이들 한 명당 해경 10명 수장이야"라는 고함도 질렀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죽을 각오로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가족들의 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