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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단원고 등교 재개. 24일 오전 세월호 참사 이후 첫 등교에 나선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희망과 기적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린 교문을 지나고 있다. /특별취재반 |
"정부·언론 제 역할 못했다"
미안함·불만·우울 드러내
"후배들이 없는 썰렁한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24일 오전 7시 10분 안산 단원고 정문 앞. 서너명의 학생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힘없이 정문을 통과했다. 1주일만에 수업이 재개됐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교문에는 실종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쪽지글이 형형색색 붙어있고 그 앞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다.
수업시간보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의 뒤로 사고로 숨진 후배들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이 노제를 지내기 위해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자 학생들은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8시가 가까워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학교로 향했지만 모두들 얼굴 표정은 어두웠고 어깨는 축 처져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일부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주민 김모(46·여)씨는 "아이들 마음이 오죽 하겠냐. 한두명도 아니고 한꺼번에 착한 후배들을 그렇게 많이 잃었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들이 걱정스러웠는지 자가용에 태워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모습도 보였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힘내고 잘 다녀오라"는 말로 힘을 북돋아줬다.
최모(43)씨는 "큰아들이 사고 소식을 접하고 며칠간 충격에 빠져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며 "다행히 이틀 전부터 표정이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진 못했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아이들에게 의지가 돼주려고 학교 밖으로 마중을 나왔다. 연이은 제자들의 장례로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교사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며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학교 관계자는 "수업 내내 우울해보이는 학생들도 더러 보였다"며 "지속적인 심리상담으로 우울증 등에 빠지지 않도록 치료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심리치료를 위해 경북대 아동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진행했으며, 이번 사고로 자신이 느낀 감정을 편지로 썼다.
학생들은 편지에서 희생자들과의 추억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고 일부 학생들은 정부와 언론에 대해 '제 역할을 못했다' 등 불만도 표출했다.
정운선 경북대 아동청소년과 교수는 "학생들이 침몰하는 선박을 지켜보면서 무기력하게 대응한 어른들을 원망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안정과 학교 정상화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교사들을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