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딸 보낸 아버지
학생들 빈소 찾아 다니며
유족 만나 위로·아픔나눠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희생자들이 위안 얻을 것"


"교사인 딸아이가 저 세상에서라도 제자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챙기지 못한 죄책감이 들까봐 대신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학생들과 함께 희생당한 여교사의 아버지가 학생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다니고 있다.
24일 오전 11시께. 안산 한도병원에 차려진 안산 단원고 고(故) 김모양의 빈소에 수척한 얼굴의 중년남성이 찾아왔다.

이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김양의 영정사진 앞에 서 있었다. 이 남자를 본 김양의 어머니가 급히 달려왔다. "우리 ㅇㅇ이 담임선생님(고(故) 김모 교사)의 아버님 아니세요?" 어머니는 남자의 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고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이었던 딸이 제자들과 함께 희생당하면서 딸의 제자를 대신 찾아온 고(故) 김 교사의 아버지는 조용히 조문을 마친 뒤 20여분간 김양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4)씨는 지난 21일 딸의 장례를 치른 뒤부터 딸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의 빈소를 모두 찾아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희생학생 8명의 유가족을 만나 함께 울며 아픔을 나눴다.

김씨는 이날 경인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인을 마치고, 우리 딸은 끝까지 교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세상에 가서도 제자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까봐…"라며 조문을 다니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모두 다 자식을 잃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산 사람으로, 부모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먼저 겪어봤기에, 작은 힘이라도 돼 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팔순의 노모는 우리 ㅇㅇ의 소식을 모르고 계신다. 충격받을까봐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에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살아남은 학생들이 자책하지 말고 씩씩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감당하기에 몹시 벅찼을 것이다. 급박한 위기 속에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본능이며 살아난 것은 정말 대견한 일"이라며 "절대 자책하지 말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사회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생존 학생들과 유족들에게 "친구와 자녀를 땅에 묻어야 하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희생자들이 저세상에서라도 위안을 얻을 것이다"라며 "열심히, 용기 잃지 말고 살아보자"고 말했다. 그는 끝내 오열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