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유출 기름에 미역 양식장 오염…재취 포기 속출 '어민들 속앓이'. 사진은 지난 19일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넓게 퍼져 있는 모습. 진도/임열수기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인근 미역 양식장까지 퍼지면서 미역 채취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는 사고 3일 뒤인 지난 19일부터 퍼지기 시작해 사고 현장에서 4∼5㎞ 떨어진 동·서거차도의 미역 양식장까지 번졌다.

조류를 타고 흘러온 기름띠가 양식장 부표에 들러붙었고 줄에 달린 미역도 오염시키고 있다.

동거차도 동막어촌계 여성일 어촌계장은 "이달 초부터 5월 말까지 한창 채취기인데 방제작업을 하는데도 이미 미역발 안으로 기름이 침투해 상품성이 없어졌다"며"특히 올해는 작황이 좋아서 어민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 막막한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씨는 미역 한뭇(20가닥:약 10㎏)에 14만여원을 받았던 지난해 약 700뭇 정도 생산했는데 올해 더욱 많은 생산량을 기대하고 있던 차에 세월호 사고가 나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두 40여 가구가 동거차도 29㏊, 서거차도 12㏊ 등 모두 41㏊의 면적에서 미역 양식을 하고 있다.

서거차도의 허모씨도 "미역 양식은 1년 중 가장 큰 농사인데 지금 기름 때문에 미역에 유막이 생겨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라며 "아직 군청이나 면에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어 수확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조도면 동거차도와 서거차도 일대에서 이달 초부터 5월 말까지 수확하는 미역은 청정미역으로 알려져 상품성이 좋아 인기가 좋다.

해경은 연일 세월호 사고 현장 주변에 수십 척의 방제정을 투입해 기름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미역 양식장이 있는 곳까지는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진도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세월호 구조작업이 우선이기 때문에 어민들에게 출하할 수있는 상품은 조기출하를 유도하고 피해를 입증할 수 있도록 사진과 증빙자료를 준비하라고 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침몰한 세월호에는 벙커C유 13만9천ℓ, 경유 3만9천ℓ, 윤활유 2만5천ℓ 등 기름 20만3천ℓ가 적재돼 있어 앞으로 기름유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