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현장 수색·구조작업에 처음으로 투입됐던 민간 구난업체 알파잠수기술공사의 '다이빙벨'이 26일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한 채 팽목항으로 되돌아왔다.

해경 등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전날인 25일 오후 3시 세월호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16시간여 가량 바다 위만 떠돌다 이날 오전 8시 40분 세월호 사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초 다이빙벨 투입을 반대했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측은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다이빙벨을 사고현장에 투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안전문제 및 구조작업 효율성 등에 의문을 품고 있다. 

대책본부 측은 다이빙벨의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날 진도군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다이빙벨을 실은 알파잠수기술공사의 바지선이 앵커를 내리면서 사고 해역에 이미 설치된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측 바지선의 앵커를 건드릴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언딘측 바지선의 앵커를 끊을 수 있고 거기에 타고 있던 인력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알파측 바지선을 고정시키려면 언딘측 바지선에 앵커 두 개는 묶고 나머지 두 개는 바다에 내려야 한다"며 "그런데 바닥이 암반층이라 쉽게 앵커가 박힐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이빙벨을 투입한다고 해서 수색 효과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선내 문을 열고 수색하는 작업은 똑같다"며 구조작업 효율성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11일째인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전날 투입됐던 다이빙벨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바지선 앵커끼리 걸쳐서 조금 쓸린다고 끊어지거나 그런 거 없다"며 "우선 엉킬 위험 없이 잘 놓으면 된다. 또 (해경 등과) 공동의식 가질 수 있다면 문제될 것도 위험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 투입에 당국이 비협조적인 이유로 "해경 등 기존 구조작업 인력들이 다이빙벨을 투입했을 때 작업 효율이 높아질 것을 의식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문책사유 아니냐"며 "(다이빙벨이 투입된 날에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바지선을 대겠다고 하니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종인 대표는 "실제 가져온 다이빙 벨은 우리 현실에 맞춰 만든 것이고, 감압도 되고 제압장치도 된다"며 "수심 100m에서 다이버가 잠수병에 걸린 것을 다이빙 벨로 5시간 동안 치료한 적도 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가장 현명하고 실용적인 장치"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다이빙벨 투입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해경 등이 실종자 구조작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투입을 놓고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행태도 단초를 제공했다. 

해경은 지난 21일 실종자 가족의 요청을 받은 이종인 대표가 다이빙벨을 세월호 침몰 사고 수색 현장에 투입학 위해 팽목항에 운반해왔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사용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이틀 후(23일) 새벽 대책본부가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 산업잠수관에서 다이빙벨을 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 해난구조용 엘리베이터로 불리는 다이빙벨을 설치했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도착해 실종자 가족 면담을 위해 굳은 표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대책본부는 "다이빙 벨을 가져 온 것은 맞지만 투입 계획은 없다"고 해명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투입요청이 한층 거세진 현재 "(다이빙 벨을) 투입해서 효과가 있으면 추가 투입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대책본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자초한 다이빙벨 투입 논란은 실종된 아들과 딸, 남편과 아내 등을 애타게 기다리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의 억장을 또 한번 무너뜨렸다. 

한편, 이날 오후 팽목항에 마련된 가족대책본부에서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과 해경 관계자, 이 대표 등이 참가한 구조작업 설명회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지부진한 수색작업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자리 참석한 한 여성은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이 대표를 데려왔는데 (해경 등이)믿지 못해 바다 속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당신들도 지금까지 실종자들을 못 구했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또 다른 남성은 "내 아이 구하러 바다 속에 내가 갈 거야. 내가 할 거야"라고 울부짖으며 본부를 뛰쳐나가기도 했다. 

다이빙 벨은 잠수사들이 오랜 시간 물속에 머물며 사고현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마치 종(鐘)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