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진규(7),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산아(5), 가정 형편이 어려운 희수(7)·지수(5)자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서 만큼은 찬바람 나는 주위의 왜곡된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 3동 767의199 '희망 세상 어린이집'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 어린이 집은 최근 뜻있는 학부모 사이에 불고 있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의 실험장이나 다름없다. 사회에서 내팽개친 육아문제를 자신들의 힘으로 직접 해결하겠다며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110여명의 영·유아와 22명의 상근 선생님들이 한몸으로 엉켜 2년째 대안교육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적어도 어설픈 편견이 자리잡을 수 없다.
2년전 이곳에 어렵게 입학한 자폐아 진규의 경우는 정말 눈물겹다. 남부끄러워 아이를 집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던 진규의 부모는 소아과 병원에서 우연히 눈에 띈 홍보물을 보고 고민끝에 '희망세상 어린이 집' 문을 두드렸다. 진규의 어머니는 진규가 정상적인 아이들과 공동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왠지 끌리는 믿음에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진규가 처음 이곳에 왔을때만 해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연필이나 자동차를 굴리는 것에 집착하는 유별난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남다른 배려와 공동생활을 하는 같은 반 아이들의 사랑의 힘으로 결국 진규의 상태를 호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진규를 대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을 함께 데려가고 진규의 편집증에 변화를 주는 등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공동체의 정을 흠씬 받으며 진규는 올 봄에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 어린이집을 오가다 갑작스레 희귀병이 발병한 산아는 결국 어린이 집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어린이집 식구들은 산아를 위해 매월 한번씩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사랑을 전하다 보니 산아는 지금 동네 아이들이 모두 알아볼 만큼 스타가 돼 있다.
천식을 앓고 있는 희수와 지수 자매도 매주 월요일마다 어린이 집 자원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소아과 전문의 계원숙씨의 도움으로 걱정없이 친구들과 맘껏 어울린다.
'희망세상 어린이집'은 지난 99년 9월 모두 110명의 정회원들이 각각 500만원씩 출자해 만들어진 교육 공동체다. 모두 6억원의 출자금을 모아 부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것이다. 여기에다 공동육아 운동에 관심이 있는 결혼 적령기나 출산직전에 있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장학회원으로 가세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회원들이 정작 자신의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회현실을 혁파하기 위해 직접 공동육아 운동에 나선 것이다.
다른 어린이 집과 달리 이곳의 보육료는 맞벌이 부모의 벌이에 따라 많게는 한달에 38만원에서 적게는 9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예외없이 회원들 모두 소득을 투명하게 공개한 뒤 5등급으로 분류해 '많이 버는 사람은 많게,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의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저녁교실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한달에 두번씩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어린이 집에서 의무적으로 품앗이를 해야 한다. 어린이집의 살림과 운영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일하는 상근 직원들은 모두 협동조합 회원들이다. 식당에서 아이들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냠냠 선생님' 황미선(43)씨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녀는 사실 큰 아이가 고교 3년생이어서 어린이 집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900만원짜리 셋방에서 돈을 헐어 선뜻 500만원이라는 거금을 조합비로 냈다. 공동육아 사업에 큰 감명을 받아 직장이긴 하지만 주인으로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
이곳에서는 인스턴트 식품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한다. 특히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콩식품, 방부제 오염이 심각한 밀가루 등 수입 식품들은 절대 사절이다. 대신 어린이집 식구들은 생활협동조합에서 우리 밀이나 콩 식품 등과 같은 유기 농산물을 식단에 올린다. 여름에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어린이집 뒤쪽의 텃밭에 손수 채소를 심어 섬유질이 풍부한 건강한 녹색 영양식을 공급하기도 한다.
교육 방법도 여느 어린이 집과 다르다. 교육과정에 절대로 선생님들이 개입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자신이 맡은 교육과정을 스스로 할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이곳 아이들은 제 할 일을 알아서 척척 잘도 한다. '편견없는 세상, 함께 나누는 공동체'란 슬로건에 걸맞게 평등교육도 빠질 수 없다. 장애나 성, 문화, 경제, 통일 등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바로 잡기위해 건강한 교육프로그램이 철학처럼 배경에 깔려 있는 것이다.
'희망세상 어린이집' 김혜은(36)원장은 “회원들의 참교육에 대한 열망이 아이들의 해방공간을 만들었다”며 “이곳에서 자주적이고 건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