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은 아동학대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러나 '울산·칠곡 계모사건'처럼 학대 사건에 가려져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학대와 달리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큰 탓이다. 그런 측면에서 학대 보다 오히려 더 큰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게 방임이다.
방임이 지속되면 상당수가 정서적·신체적 가해 등 2차적인 중복학대로 이어지면서 극단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최근 발간한 '2012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2012년 학대로 숨진 아이는 모두 10명. 이 중 8명은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방임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명은 방임만으로 사망에 이르렀고, 방임에 신체·정서학대 등이 합쳐진 '중복학대'로 숨진 아이가 5명이었다.
'울산·칠곡 계모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대책은 아동의 신체를 가해하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방임은 관심 밖이었다. 심지어 오는 9월 시행에 들어갈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방임과 관련한 별다른 내용은 없다고 한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들이 방임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라는 의견을 냈지만, 정작 법안에는 이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대와 달리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방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 씁쓸한 단면이다.
이 시점에서 아동복지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아동복지협회는 아동 방임을 ▲부적절한 음식 ▲부적절한 옷차림 ▲부적절한 의료적보호 1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정리하고 있다. 각 유형별 사례도 매우 구체적이다. 이를테면 '부적절한 옷차림'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단추가 떨어져 있는 경우, 겨울에 따뜻한 옷을 입지 않고 있는 경우다. 아이의 숙제를 봐주지 않는 경우와 술자리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방임유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세월호' 처럼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 뒤늦게 문제점과 대책을 찾아 허둥대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아동방임, 더 이상 방치해둬서는 안된다.
/김도현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