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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오후 안산 문화광장에서 한 어린이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 /하태황·조재현기자 |
돈 받을수 없어 메시지 부탁"
1천여명 10권의 방명록에
애도내용 빼곡 '눈시울'
세월호 참사 희생자 빈소 눈길
"사랑하는 ㅇㅇ아, 많이 춥고 괴로웠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언니가 미안해."
지난 25일 안산 한도병원 빈소 한 곳에는 조문을 끝낸 손님들이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고민하며 무언가를 쓰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유모양을 위로하는 추모글을 방명록에 적고 있는 것이다.
조의금을 넣는 부의함 벽면에는 '부의금을 받지 않습니다. ㅇㅇ이에게 예쁜 글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양의 아버지 유모(45)씨는 "바쁜 와중에도 우리 딸을 찾아와 함께 슬퍼해주는 조문객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대신 우리 ㅇㅇ이를 오래도록 기억해달라는 의미에서 방명록에 추모글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양의 방명록에 글을 써 준 조문객은 1천여명이 넘었고, 추모글을 적은 방명록 수만 10권을 기록하고 있다.
방명록에는 '같은 꿈을 가진 동료이자 친구인 너와 끝까지 가지 못해 너무 안타까워', '다음에 만나면 꼭 웃고 있어. 기억에 남은 네 마지막 모습이 이런 거라 너무 슬프다. 사랑해' 등 유양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 있다.
다른 희생학생의 빈소를 찾았던 조문객 김모(48)씨는 "부의함 앞에 적힌 글귀를 보고 눈물이 나서 혼났다"며 "ㅇㅇ이를 잘 모르지만, 딸가진 부모 심정으로 추모글을 적었다"고 울먹였다.
또 빈소 벽 한편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유양의 어린시절부터 사고 전 모습이 담긴 사진 150장이 전시돼 추모객들이 유양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유양은 가수가 되고 싶었다. 유씨는 그저 "사춘기에 겪는 한때의 꿈"이라고 생각해 가수가 되겠다는 딸을 반대했다.
유씨는 "ㅇㅇ이가 왕복 3시간이 넘는 부천까지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러 다녔다"며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해 학원비, 오디션 비용 등 많이 지원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걸 그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실제로 유양은 수학여행 가기 한달 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등 소속사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가슴아프게 했다.
유씨는 "우리 딸이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갔다. 지금도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