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탁월한 영화감독들 가운데 김기영·신상옥에 비해 이만희 감독이 급속히 '잊혀진 감독'이 된 이유는 단적으로 두 가지 불운 때문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것, 그리고 남아있는 영화가 전체 필모그래피에서 절반도 안되는 것.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작 '만추' 역시 원조는 사라지고 김기영·김수용 감독의 리메이크 버전만 남아있을 뿐이다."

조선희 전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저술한 '클래식 중독'에서 이만희 감독을 소개한 부분이다.

천재로 불리지만 대표작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이만희 감독의 작품들을 필름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9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KOFA에서 '한국영화 100선 Part 2'를 연다.

최근 영상자료원이 전문가 62명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 오른 영화들을 조명하는 시리즈 기획전이다.

100선 가운데 7편이 선정된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편을 순위에 올린 이만희 감독의 영화가 상영된다. 순위에 오른 6편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전쟁영화의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손꼽히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한국 누아르 영화의 격을 끌어올린 '검은 머리'(1964), 김진규의 악역이 돋보였던 공포영화 '마의 계단'(1965)이 상영된다.

또 전쟁 후유증을 세밀하게 다룬 심리드라마 '귀로'(1967)와 신성일 주연의 '휴일'(1968), 이만희 감독이 만든 1970년대의 걸작 '삼포가는 길'(1975)도 관객들과 만난다.

자세한 상영작 정보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http://www.koreafilm.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