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색 성과 더 좋은 밤시간
정적 깨고 터져나오는 오열
다른 가족엔 '또다른 고문'
울분으로 가득찬 체육관
세월호처럼 침몰해 가는 듯


진도 체육관의 밤. 수색이 활기를 띠는 낮보다 더 긴장감이 감돈다. 어찌된 일인지 낮에는 수색성과가 참담할 정도로 미미하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어김없이 시신이 대거 인양된다. 실종자 가족들은 언제부터인지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희망에서 절망으로, 이제는 체념의 단계까지 온 실종자 가족들은 바로 이 시간, 체육관 정면의 대형 멀티비전에 시선을 집중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나왔을까'. '간절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숨죽여 지켜본다.

매일 비슷한 시각이면 시신이 인양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신 인양 ○○번, 성별, 신장, 상·하의, 신체특이점…'. 멀티비전에 떠오르는 특징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던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한숨과 탄식이 교차하는 듯하다가 이곳저곳서 오열이 터져나온다.

'내 새끼 살려내라 이 나쁜 놈들아'.

일순간에, '실종자 가족'에서 '유족'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고성과 욕설로 체육관이 울린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다. 유족들은 어서 팽목항으로 가야 한다. 아이를 안아보기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은 끔찍하고 가슴 찢어지는 모습을 사고 12일째를 맞는 27일까지 100번도 더 봤다. 그러는 사이 체육관 곳곳의 빈자리는 늘어만 간다.

천년보다 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를 한다. 우리네 아들딸이 나오기 전까지 그 유예된 시간을 분노와 애원으로 채워가는 공간, 바로 진도 체육관이다.

구조당국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승객들을 사지에 몰아넣고도 저 혼자 살겠다며 도망친 세월호 이준석 선장처럼, 정부는 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을 저버리고 있다.

사고 첫날부터 정부는 자신들이 구조해야 할 대상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탑승자 숫자는 수차례 번복됐고, 구조자 숫자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목이 빠져라 정부의 구조소식만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의 실망과 분노가 커져간 것은 당연했다. 별다른 구조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팽목항으로, 그 중 일부는 배까지 잡아타고 사고 현장까지 갔지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목놓아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대는 것뿐이었다. 부모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 그 마음을 어찌 형언할 수 있을까.

진도 체육관은 오늘도 애타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공간을 누가, 언제, 어떻게 어루만져 줄 것인가. 대통령, 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 소위 '높으신 분'들 그 누구도 보듬어 주지 못했다. 오히려 가족들의 의식주와 건강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움은 민간 자원봉사단에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수수방관이 계속되는 사이 진도 체육관은 세월호처럼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다. 벌건 대낮에 침몰하는 세월호를 눈 뜨고 지켜봤던 정부가 진도 체육관의 침몰 또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울분으로 가득 찬 진도 체육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진도/강영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