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한 자루라도, 우리 아이 유품 좀 찾아주세요."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2일째, 실종 상태였던 학생들 대부분이 싸늘한 주검으로 팽목항에 들어왔다. 숨진 채 발견된 학생들은 시계,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나 지갑, 신분증 등 이제는 유품이 돼버린 소지품만 지닌 채 어둡고 깊은 바닷속을 빠져나왔다. 지금껏 실종자 가족들이 받아든 유품은 이것이 전부였다.

팽목항에 유류품 관리소가 설치된 지는 1주일이 넘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컨테이너 3개 동으로 마련된 유류품 관리소에는 지난 20일 단원고 2학년 송모(18)군의 지갑 한개 외에는 이렇다할 유품이 들어오지 않았고, 지난 24일 해경의 본격적인 유류품 수거활동 이후에야 약간의 회수 물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고 발생 아흐레 만이었지만, 그나마 수거물품은 누구것인지 주인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유족들에게 전해질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팽목항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십수일째 아이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아이가 갖고 있던 물건 한개만이라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여기에, 지난 24일 물살이 약해지는 소조기가 끝나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신 유실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사고해역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해상이나 해안에서 유류품을 발견하면 군청이나 해경, 파출소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유류품을 온전히 수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산에 올라와 발인까지 마친 일부 유가족들은 유품을 찾기 위해 속속 진도행을 택하고 있다.

한 유가족은 "우리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유품이라면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며 "남기고 간 물건 전부를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