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구호단체들이 유족들과 조문객들에게 지급해주는 구호물자를 훔쳐가는 좀도둑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27일 봉사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산 올림픽기념관 희생자 임시 분향소 인근 대한적십자사 급식소에서 희생자 가족 등에게 지급되는 컵라면, 바나나 등을 수시로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23일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이후부터 큰 가방을 들고 나타난 한 남성이 구호물품 박스 등을 가방에 담아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특히 이 남성은 식료품 뿐만 아니라 면도기, 휴지 등 각종 보급품에도 손을 대 정작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등에게 가야할 필요 물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 몰래 집어가는 양이 많지는 않아도 희생자 가족들이 주로 찾는 일회용품"이라며 "일회용품의 경우 수량 자체가 적은 편이어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난으로 물품 손실이 우려되자 분향소 일대에 구호물품부스를 설치한 봉사단체들은 4~5명이 교대로 물건을 지키기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손실을 최대한 막으려고 창고를 지키고 있지만 얌체족들이 급식소 등에서 한두개씩 몰래 챙기고 있기 때문에 막을 길이 없다"며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 아픈 상황을 악용해 이득을 챙기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