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8시 58분께 상황실로부터 출동 명령을 받은 목포해경 123정(100t급)은 오전 9시 30분께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선체가 왼쪽으로 50~60도가량 기울어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운 갑판에서 해경은 조타실로 밧줄을 던졌다. 

조타실에 있던 승무원들이 밧줄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와 해경의 품에 안겼다.

한 남성은 바지를 입을 틈도 없었는지 팬티 차림으로 하얀 맨다리를 드러낸 채구조대원의 손을 잡고 배의 난간을 넘어섰다.

일반 승객이었으면 좋았을 이 장면의 주인공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였다. 

해경은 이씨가 탈출하는 장면, 엄밀히 말해 '이씨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하는' 장면이 담긴 9분 45초 분량의 영상을 28일 공개했다. 


당시 현장 출동 중인 해경 경비함 123정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16일 오전 9시 28분 58초부터 11시 17분 59초까지 주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승무원들은 이씨처럼 하나같이 제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허겁지겁 배의 난간을 넘어섰다. 

근무복을 입었던 평소 운항 때와 달리 평상복을 입고 있던 사실에 대해 승무원 신분을 감추려고 일부러 옷을 갈아입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타실 바로 옆에는 구명벌 14개가 질서 있게 놓여 있었지만 위급 상황에서 구명벌에 눈길을 주는 승무원은 없었다.

혼자서 애타게 발길질을 해대는 해경의 모습만 영상에 잡혔다.

123정을 타고 출동한 목포해경 소속 이형래(37) 경사는 아찔하게 기울어진 갑판에서 쇠줄에 묶인 구명벌을 떼어내려 했지만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사력을 다해 발길질을 했다. 

승무원들이 구조되는 중 세월호에서 탈출해 바다로 뛰어드는 승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안전 운항과 승객 구조 임무를 가진 승무원들은 조타실과 기관실에 모여 있다가가장 먼저 구조된 승객들과 함께 123정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세월호는 123정이 도착하고 20여분 만에 90도 가까이 기울며 절반쯤은 바다로 가라앉았고 갑판에 설치된 컨테이너는 바다로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회면상 선장 이씨가 탈출한 시각은 오전 9시 46분.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승객들가운데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된 시각은 오전 10시 17분이라고 밝혔다. 

이 학생이 보낸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 다른 안내방송은 안나와요"였다.

배에 있던 학생은 선장이 탈출하고 나서 30여분을 안내방송만 믿고 구조를 기다린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