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분향소 마지막 날인 28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도 추모행렬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이곳 임시분향소는 29일 오전 6시부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로 옮겨진다.
빗줄기가 거세진 이날 오후부터 추모행렬은 더 늘어나 17만2천756명이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객들은 안산을 비롯 수원, 안양 등 경기지역을 넘어서 멀리 경상도에서도 안타깝게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왔다.
정오께 희생자 부모로 보이는 한 부부가 상복을 입은 채 30분가량 자식의 영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임시분향소를 찾은 안산 고잔동에 사는 김모(38·여)씨는 "우리 동네 아이들이라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부모들을 보니 더 가슴이 아프다"고 흐느꼈다.
분향소에는 희생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메시지도 줄을 잇고 있다.
박모(27)씨는 희생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무능한 제도와 책임의식을 저버린 어른들 때문에 이렇게 너희들을 보내서. 앞으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좌시하지 않을게. 정의롭게 행동하는 어른이 될게"라고 편지를 썼다.
해경에서 전투경찰로 군생활을 했다는 그는 "지난날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불의를 외면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후 3시께 분향소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추모곡 '다시는'을 헌정키로 한 팝페라 가수 이사벨씨와 미국 유기농제분 기업인 밥스 레드밀의 밥 무어 회장이 함께 분향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원고 희생자 영전에 헌화를 한 뒤 조용히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렸고, 어서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가득 적힌 추모글을 유심히 살펴봤다.
밥 무어 회장은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미국 현지에서도 소식을 듣고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 모두 매우 가슴 아파하며 위로를 전하고 싶어 꼭 방문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사벨씨도 "직접 현장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보니 마치 심장이 멈추는 기분이다.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슬프고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날 임시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 159명과 교사 4명, 부천 일가족 희생자 3명의 위패와 영정이 안치됐으며 29일 0시를 기점으로 임시분향소에서는 더이상 조문을 받지 않는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