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세월'이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의 그 세월이라면 진도 앞바다에 빠져 갈 길을 멈춘, 고장 난 거 아닌가. 그런데 세월호의 '세월'은 그 세월이 아니라 '世越'로 밝혀졌다지만 그게 '세상을 넘는다, 초월한다'는 뜻이라면 그 역시 고약한 말이다. 세상(이승)을 넘다니? 저승으로 간다는 건가. 어느 머리에서 그런 이름이 나왔는지 된통 궁금하다. 그보다도 문제는 저승 간다는 뜻의 '世越'호가 중국 언론에선 줄곧 '歲月號'로 표기하고 있고 13억4천만 중국인은 '고장 난 세월' 사고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을 '세오루'로 적는 일본 신문은 또 어쩌고! 눈만 뜨면 귀에 더께가 끼도록 들리는 말들의 뜻을 모른다면 이 또한 괴이한 변고 아닐까?

세모 그룹의 '세모'도 삼각형―세모꼴의 세모나 '한 해가 저문다'는 '歲暮'는 아닌 것 같고? '오하마나'는 또 무슨 뜻일까. 일본말 '오하마'란 옛 일본 궁녀가 쓰던 말인 뇨보코토바(女房詞)로 조개를 뜻하고 그게 아니라면 '오'는 존중의 뜻인 접두어, '하마나'는 '濱名(빈명)'이라는 지명 아니면 '濱菜' 즉 바다풀일 테지만 어느 쪽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팽목항은 또 뭔가. 중국 언론에 뜬 '彭木'이 맞다면 '彭'이란 중국 쓰촨(四川)성에 '彭縣'이라는 고장이 있듯이 '땅 이름 팽'자다. 그리고 '정조(停潮) 때'는 수위 변동이 없는 때, 소조기(小潮期)는 간만의 차가 제일 작을 때를 뜻하고 맹골도(孟骨島)도 바위가 거친 섬이라면 猛이 합당한 글자다. 진도군 조도면도 한자 '鳥島'를 알아야 뜻을 알 수 있고 단원고도 중국 신문의 '檀園'이 맞다면 '단군 동산'이라는 거창한 뜻이다.

들을수록 화가 치밀고 답답한 게 세월호 뉴스지만 관련 고유명사의 뜻을 모른다면 더욱 답답하지 않은가. 중국 CCTV는 세월호 참극은 '안전에 구멍(漏洞:러우뚱)이 뚫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참으로 요지경 속인 건 종교집단 '구원파'와 교주 유병언이다. 도대체 그 많은 계열사와 해외법인, 엄청난 땅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며 '아해'란 '야훼(여호와)'를 뜻한다고? 그래, 하나님처럼 구원한 게 뭐란 말인가. 세월호 난리가 어떻게 평정될지 주목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