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체험프로그램에서는 텃밭이 1인당 6.6㎡씩 주어졌으며 2인 1팀이 되어 13.2㎡의 텃밭을 함께 가꿨다. 지난해 4월에 시작해 11월까지 총 22종의 잎채소와 열매채소, 그리고 뿌리채소들을 가꿨으며 14종의 허브와 식용 꽃, 5종의 수생식물과 기타 기능성 작물 등 총 40여종의 작물을 가꾸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컬러푸드에 기초한 채소, 식용꽃, 허브 등의 다양한 작물과 이에 대한 활용법 배우기는 어르신들의 건강한 식습관과 연계돼 매우 인기가 좋았다. 또한 연중 볼거리, 수확거리가 있는 텃밭정원이기에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었고 인근 장애인 아동센터와 연계한 고구마 수확 이벤트와 배추 한줄 나눔 기부 등을 통해 텃밭정원은 세대와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됐으며 또 어르신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신체적(감각, 행동), 정신적(감성, 인지), 사회적(관계)이라는 5가지 체험유형에 의해 진행됐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공동체 활성화, 건강한 삶이라는 두 가지 삶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더불어 어르신들은 체험결과를 수시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면서 기억력 증진은 물론 사회성 향상까지 다양한 효과를 얻어 갔다. 그리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우울감을 풀고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실제 주말농장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경우, 활동참가 후 총 콜레스테롤이 약 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규칙적인 텃밭정원 관리를 위한 신체적 활동과 원예작물의 다양한 활용 및 섭취로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즘은 '백세시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복지, 의료기술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60대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지면서 어떻게 건강하게 인생 제2라운드를 보람있고 가치 있게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은퇴 후 8만 시간을 어떻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어르신들의 주된 관심사이며, 그 실천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아프지 않고 잘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이 모든 어르신들의 소망일 것이다.
이러한 소망을 이루는데 큰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텃밭 농사를 짓는 것이다. 작은 텃밭을 가꾸게 되면 몸은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하면서 운동 효과가 매우 크게 된다. 여기에 고추, 상추 등 어린 생명체가 잘 자라도록 가꿈으로써 생명에 대한 의미도 되짚어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한 상태가 유지된다. 따라서 하루 한 시간 정도의 텃밭 일이나 정원 일을 꾸준히 하게 되면 아프고 싶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도시농업이 도시민들에게 우리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닫게 하면서 이미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중요한 활동수단으로도 적극 이용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텃밭정원이 은퇴자들에게 소통과 나눔,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배우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고관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