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웬만한 사람들은 깊은 잠속에 빠져 있음직한 시각이지만 이곳에 모인 30여명의 사람들은 경쾌한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본다.
강사의 동작에 따라 어깨를 들썩이며 뛰어보기도 하고 다소 어색한 동작으로 스텝을 밟다보면 차가운 기온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4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인근 지역주민들.
강사가 자세한 설명과 함께 동작으로 천천히 여러번 반복하면 이들은 하나 하나씩 동작을 따라해 본다. 그러나 이들의 몸짓은 나이(?) 탓인지 어딘지 어설퍼 보인다. 그래도 이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매일 오전 6시에 시작하는 이 생활체조(에어로빅)는 수원시에서 시비로 마련한 프로그램. 비가 오거나 설날, 추석때를 빼고는 거의 매일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지역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철, 생활체조와 마라톤, 배드민턴, 농구, 축구, 스쿼시 등 다양한 생활체육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어둑어둑한 아침·저녁으로 동네 공터나 공원, 학교 운동장, 체육관 등에서 생활체조나 조깅, 축구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
특히 여가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활체조나 조깅, 수영, 배드민턴, 축구 등 몇개 종목에 머물렀던 생활체육종목도 궁도, 합기도, 스키, 패러글라이딩 등 다채로운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석사웅(57·평택시)씨는 30여년째 회사에 특별한 일이 없는한 매일 새벽이면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 뜻을 같이하는 젊은 사람들과 축구로 땀을 흘린다.
함박 눈이 내려도 영하의 날씨라도 석씨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과 어울려 운동장을 달리다보면 어느새 몸에는 훈훈한 열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축구열기 덕분으로 석씨는 그동안 그 흔한 환절기 감기 한번 걸려 본적이 없다.
석씨는 “어렸을때부터 공을 차다보니 그 흔한 환절기 감기 한번 걸려 본적이 없다”며 “앞으로는 손자와 함께 운동장에 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겨울에 들어서면서 실내에서 즐기는 생활체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하던 박종만(49·인천광역시)씨는 얼마전 배드민턴으로 주종목을 바꿨다.
이유는 추운겨울에 밖에서 뛰다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른 것.
박씨는 최근 남구 문학동 연경산 '문학공원'의 배드민턴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한다. 이곳은 10여개의 코트가 고속도로를 지붕삼아 자리잡고 있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전천후로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어 300여명의 동호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을 정도로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동호인들도 10대 초등학생에서부터 70대 노인들까지 다양하다.
이경운 인천생활체육배드민턴협회 사무국장은 “배드민턴이 추위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라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는 현재 배드민턴코트가 30여개, 50여개 클럽, 2천여명의 배드민턴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농구도 대표적인 겨울철 생활체육. 웬만한 운동장이나 공터에 가면 농구를 즐기는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열기덕분으로 각 지자체들은 이들을 위한 길거리농구대회를 수시로 열고 겨울에는 체육관 등을 개방하며 청소년들의 여가활동 돕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 농구 중·고연맹회장인 강인덕(44)씨는 사재를 털어 '국일체육관'이란 실내농구장을 마련했다. 매주 8개팀 이상이 농구를 즐기며 회원도 이미 12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청소년들의 겨울철 실내 생활체육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종욱 수원시생활체육협의회 사무국장은 “겨울철 실내에서만 몸을 움츠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배드민턴, 생활체조 등 생활체육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 생활체육이란?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이 제정돼 생활체육발전의 기틀이 마련됐고 70년대에 들어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했다.
그러나 1986년 정부가 국민체육진흥장기계획을 마련하고 국내 엘리트 스포츠의 인기가 정점에 달했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민 체육사업이 시작됐다.
이제는 뒷동산은 물론 아파트 단지, 시·군·구 복지관에 운동시설이 갖춰지고 각종 유료 스포츠센터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이제 시설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한 상태다.
현재 마을 약수터 등에 조깅코스, 배드민턴장, 헬스 기구 등이 설치된 무료 체육시설이 넘쳐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