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 조문한 뒤 한 유족으로 보이는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25분가량 조문했다.

분향소에 머무는 동안 박 대통령을 향한 유족들의 절규와 호소가 이어졌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박 대통령은 사고발생 14일째인 이날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아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소 전면에 마련된 사고 희생자들의 영정을 둘러본 뒤 헌화·분향하고 묵념했다.

박 대통령은 조의록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멀리 떨어져있던 한 유족이 흥분해 "대통령이 와서 가족들한테 인사를 해야 할거 아니냐"라고 소리지르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유족들을 만나 절절한 하소연을 들었다. 한 남성은 무릎을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관계자들 엄중 문책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기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나"라고 한숨지었다.

한 여성 유족은 "대통령님, 우리 새끼들이었어요. 끝까지 있으셨어야지, 현장에있으셨어야죠"라며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님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라고 절규했다. 

이어 "지금 사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대통령 자식이잖아요. 

저희 자식이기도하지만 내 새끼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이에요"라며 "마지막까지도 못올라온 아이들까지..부모들 죽이지 마시고 아이들 죽이지 마시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여성의 친척인 한 남성은 "선장 집어넣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말 해수부부터 해서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라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에 안살고 싶고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안되잖아요"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내 자식이 이렇게 됐으면 내가 어떻게 할건지 그마음으로 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권모군의 형은 "1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한 뒤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년도 안돼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됐다"며 "바라는거 하나도 없고 보상도 필요없다.

다만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 차후에 더 거짓이 방송되지 않도록 거짓이 알려지지 않도록..그것만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호소하는 유족들의 손을 부여잡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 그동안에 쌓여온 모든 적폐와 이것을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것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합동분향소 설치를 둘러싸고 혼선이 발생했다면서 한 유족이 "안치할 곳이 없어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재웠대요.

이게 말이 돼요"라며 울음을 터뜨리자 "가족분들의 요구가 어떻게 해서 중간에 이렇게 (바뀌게) 됐는지 제가 알아보고 거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가족 앞으로 부른 뒤 "가족분들에게 (상황을) 빨리 알려 드리고 더이상 이런 일들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여기 남아 유족분들의 어려움, 얘기한대로 안 되는 어려움 등 여러 문제들을 자세하게 듣고 해결하기를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를 나서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유족들의 호소에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다녀간 뒤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가보낸 조화는 "보기싫다. 치워라"는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