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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실시간. 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태황기자 |
장비 갖춘 채 쪽잠 청해
빠른 유속·혼탁한 시야
들어갔다 나오면 '녹초'
세월호 침몰 2주째인 29일 오전 10시30분께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으로 가는 해경 P66 경비정.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경비정 안에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비정에 오른 누구도 말을 거는 사람도, 대화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P66 경비정은 사고 첫날부터 실종자 수색에 투입돼 인양된 시신 이송을 담당해 왔다.
진도 서망항에서 사고 해역까지는 1시간 남짓. 경비정은 몇분 못가 거센 파도에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살이 가장 높은 사리때임을 증명하듯 1m가 넘는 파도에 배가 요동을 쳤지만 탑승자들은 익숙한 듯 안전바에 몸을 의지했다.
사고 현장에는 민간 구조업체인 언딘 사의 바지선 리베로 호와 함께 수십여척의 함선이 보였지만, 세월호는 흔적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부력유지를 위해 설치된 리프트백(공기주머니) 2개만이 사고지점을 추측케할 뿐이었다.
가까스로 리베로 호에 올라 처음 들은 말은 '바닥의 호스를 밟지 말라'는 것이었다. 리베로 호 바닥 곳곳에 늘어져 있는 호스는 바닷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잠수사들의 생명줄로, 계속해서 공기가 주입되고 있었다.
선상의 잠수사들은 잠수복을 반쯤 벗고 넋이 나간 사람 처럼 간이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선상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일부 잠수사들은 작업을 위해 입수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수십㎏의 장비를 갖춘 채 쪽잠을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동적인 정조 시간에 맞춰 단 1초라도 빨리 입수하기 위한 것이다.
해경 다이버 추일동 경사는 "유속은 평균 2노트 수준으로, 육지에 비유하자면 철봉에 매달려 일을 하는 셈"이라며 "진입시간을 최대한 줄여 최대한 빨리 진입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군 SSU 소속 정상률 하사도 " 6시간 일하고 3시간씩 쉬는 강행군이 계속된다. 출수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빠른 유속과 각종 부유물, 혼탁한 시야 탓에 잠수사들은 단 한번 작업에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특히 30~40㎝ 앞까지 밝혀주는 집중형 랜턴도 사리 때에는 제 기능을 못해 작업 도중에 선체에 부딪혀 부상을 당하는 잠수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잠수사들은 하루 4번의 정조시간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잠수병 증세를 보이던 잠수사 7명도 모두 감압치료를 받은 뒤 수색 작업에 다시 투입됐을 정도였다.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친 잠수사들, 하지만 단 한구의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또다시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