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한 것도 잠시, 4월 평균 기온보다 7~8도 이상 높은 고온현상으로 초여름 같더니 봄비와 함께 강원도에서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최근의 날씨 변화는 매우 다채롭다. 최근 날씨가 아니더라도 하루 4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백년만의 가뭄, 장마와 태풍, 게릴라성 집중호우,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 등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극심한 기상 변화들을 경험해 왔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 수백년만의 폭염, 파키스탄에서 최악의 홍수 등과 같은 평균기온 상승, 강수량 증가, 해수면 상승 등 급격한 기후변화의 조짐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우리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수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적당한 수온과 햇빛을 좋아하는 조류의 특성으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산업 및 생활 폐수 등으로 오염된 강이나 하천에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조류가 대량 발생(녹조현상)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수생태계 변화는 물론 맛·냄새까지 유발함으로써 정수처리를 곤란하게 하는 등 부가적인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 수도권 2천600만 시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서 조류에서 기인하는 흙냄새 발생을 우리들은 수년간 경험해 왔다.

과거 몇 년간 팔당호에서의 남조류는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적으며 일조량이 많을 때 주로 발생해 왔는데 올해 기상조건이 심상치 않다. 즉, 강수량은 감소하고 기온은 높아 올해 팔당호에 조류가 대량 발생하여 문제를 일으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조류는 인류의 탄생(500만년전) 보다 훨씬 오래 전인 약 30억년전 남조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하며,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서 수많은 기간 동안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들은 적당한 수온과 적당한 빛만 있어도 빠르게 성장하며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조류는 생태계의 필수적 구성요인으로서 반드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이를 제거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자연현상을 외면하는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자연을 보전하고 오염원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자연환경 보전을 스스로 실천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해 본다.

하천이나 호수에서 조류가 대량 발생하게 되면 관리도 제거도 어려운 실정이며, 물에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여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이에 물 관리 기관들은 조류의 발생억제 및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물을 생산하여 시민들에게 공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맛·냄새물질 발생을 조속 감지하기 위해 팔당취수구에는 국내 최초로 실시간 분석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정수장에서 신속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고 있다. K-water 수도권 정수장은 2016년까지 고도처리시설을 도입함으로써 근원적으로 조류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힘쓰고 있다. 또한 한강유역환경청을 중심으로 팔당호를 이용하는 유관기관간 조류대응 협의체를 구성하여 정보교류 및 공동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천 및 실개천의 오염원 관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경식 K-water 수도권본부 운영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