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기관은 유족 핑계를 대거나 업무주체, 절차 등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오전 6시부터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됐던 임시분향소가 화랑유원지내 공식 합동분향소로 이전했다. 하지만 상당수 유족들은 합동분향소 이전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 유족대표단과 협의를 거쳐 이전계획을 발표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2명의 영정과 위패는 유족이 아닌 상조회사 직원들이 합동분향소로 옮기기도 했다. 고(故) 김모양 유족은 "임시분향소를 합동분향소로 옮긴다는 사실을 어제 저녁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이쪽으로 옮긴다는 문자 통보를 했다는데, 이조차도 죽은 아이 휴대전화로 보냈다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범정부대책본부, 정부장례지원단, 경기도, 도교육청 등 관계기관 간의 불통(不通)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22일 진도에서 열린 안전행정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앞으로 장례업무중 합동분향소 운영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28일 합동분향소는 안산시에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22일 협의 내용은 들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고, 정부장례지원단은 "유족들과 협의과정에서 장례위원회를 격상시켜 장관급으로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장관이 장례위원장이 되면 정부가 주관하는 게 맞지 않는가. 유가족 뜻에 따르고 있고, 우리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관계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 도움의 손길을 놓치는 사례도 잇따랐다. 대전광역시 소재 한 사회적기업은 1주일 전 직접 개발한 유골함 300개를 기증할 의사를 관계기관에 전달했다.
그러나 안산시 교육지원청, 도교육청 등이 "우리 소관이 아니다", "절차가 따로 있으니 절차대로 해야 한다"고 말해 결국 사회적 기업은 기증을 하지 못했다.
정용성(53) 대표는 "정부예산으로 장례를 지원한다기에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열심히 만들었는데, 1주일이 넘도록 연락조차 없어 29일 직접 합동분향소로 유골함을 갖고 올라왔지만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화훼협회도 지난 25일 분향소에 국화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2만송이를 준비해 교육부와 장례위원회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다음날까지 답변이 오지 않아 포기했다.
/이재규·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