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진도 실내체육관은 한눈에 보기에도 빈자리가 많이 늘어났다. 지난 주말내내 거북이걸음을 하던 수색작업에 속도가 붙자 실종자 수가 두자릿수로 접어들며 나타난 현상이다.

남은 실종자는 90명. 이제 남은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시신을 수습해 먼저 떠난 가족들을 오히려 부러운듯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9시께 팽목항 가족대책본부. 해양경찰청 최상환 차장이 구조작업을 브리핑하던 중 울음이 터져나왔다. "빨리 올라가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우리 부모를 위해서라도…"라며 울부짖는 소리가 바깥까지 흘러나왔다.

사고 이후 내내 팽목항을 지킨 단원고 서모(18)군의 학부모는 "시신 인양 소식에 새벽에도 눈이 떠진다. 잠도 한 숨 못잔채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시각 진도체육관에서는 정모(64)씨가 사고 수습 소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씨의 동생(59)은 용유초 동창생들과 환갑기념여행을 떠났다가 지금껏 소식이 없는 상태다. 용유초 동창생 실종자는 모두 12명이었지만, 대부분 시신을 수습해 돌아갔고 정씨의 동생을 포함한 3명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씨는 "먼저 찾은 실종자들 사이에 내 동생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라며 "남은 3명은 꼭 함께 발견돼 집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다 극도의 피로감이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생존했거나 시신 수습이 끝난 가족들, 혹은 비슷한 사고를 당했던 유가족들이 진도를 찾아 힘들어 하는 이들을 달래고 있다.

특히 이날 천안함 사태를 겪은 유가족 29명이 진도체육관을 방문, 남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봉사했다.

이인옥 천안함 46용사 유족협의회 회장은 "천안함 사태 당시 온 국민의 성원 덕택에 도움을 많이 받아 우리도 봉사하게 됐다"며 "이곳에 있는 부모들 마음을 알 것 같다. 이들에게는 어떤 말도 위로가 안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25일 해병대 캠프 사고 유가족, 28일 단원고 1·3학년 학부모 등이 진도를 찾아 남은 실종자 가족들과 만났다.

개인적인 방문도 계속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4반 김모군의 학부모는 장례를 마친 뒤 진도를 찾아 남은 가족들과 아픔을 나눴다.

또 용유초 동창생 생존자 강모씨도 체육관을 찾아 '살아돌아와 죄송하다'며 오열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