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안산 화랑유원지의 합동분향소. 이른 아침부터 파란색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40대 남성이 분향소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학생의 영정사진만 바라보며 말없이 서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고(故) 이모군의 아버지다. 이혼으로 힘들게 키운 아들의 영정 앞에 선 아버지는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 안에 들어오자 이씨는 대통령 앞에 무릎까지 꿇고 "제발 두번 다시,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이씨가 대통령 앞에 나서며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이유는 고향에 있는 노모 때문이다. 손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이 군이 유학을 갔다고 둘러댔다.

이씨는 "손자를 찾는 어머니께 일단 유학을 갔다고 거짓말했다"며 "어머니가 통화를 하고 싶어할 땐 둘째아들에게 형 목소리를 흉내내게 했다. 그것 때문에 둘째가 형 목소리를 연습도 했다"며 오열했다.

이씨에게 큰 아들은 대들보같은 자식이었다.

아버지와 늘 SNS메시지를 나누곤 했던 이군은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아버지에게 옷을 선물하고, 동생 용돈도 챙겨주는 살뜰한 아들이고 형이었다.

이혼 후 이씨가 두 아들을 홀로 키웠지만, 남부럽지 않게 아들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180㎝가 넘는 장신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이군은 일본 유학을 꿈꾸며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는 노력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을 지키지 못했고 어머니께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거짓말을 했다. 내가 죄인이다"며 "어머니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라고 울먹였다.

/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