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온 부모·조문객들 "우리가 감싸안아줘야"
'친구야, 왜 너만 여기 있어…'.
세월호 침몰사고 보름째인 30일 오후 2시15분께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화창한 날씨 속에 생존 학생들의 조문을 앞두고 공식 분향소 일대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침부터 밀려들던 일반 조문객들도 잠시 입장을 중단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생존 학생 70명은 흰 셔츠에 교복을 차려입고 굳은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왼쪽 가슴에는 친구들을 추모하기 위한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슬픔과 비통함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일반 조문객들도 안타까워 했다.
조문객 김모(37)씨는 "못난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게 잘못이지, 살아남은 학생들이 무슨 죄냐"며 "하루라도 빨리 학생들이 충격 속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한탄했다.
한동안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은 채 병원 치료에만 전념해 왔던 생존 학생들은 분향소에서 숨진 친구들의 영정앞에 다시한번 충격을 받은 듯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불과 보름 전까지 수학여행을 떠날 생각에 들떠 있던 친구들을 영정사진으로 만나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함께 탑승했던 배에서 자신들은 구조돼 살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는 사실에 오히려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드는 듯 통곡의 눈물을 흘렸다.
한 여학생은 조문 내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얼굴이 퉁퉁 부을 때까지 울었고, 다른 여학생은 차마 친구들의 영정 앞을 지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 듯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한 남학생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부모의 품에 기대 영정 앞을 걸어갔으며, 어떤 여학생은 헌화할 국화를 들고 천천히 걸어가다가 친구의 영정을 발견하고 주저앉아 울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들도 자식의 친구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이모(46·여)씨는 "함께 생활하던 친구들이 죽었는데 얼마나 아이들의 충격이 심하겠냐"며 "어른들이 다시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감싸안아 줘야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퇴원한 학생 70명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단원고 측이 마련한 외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정기간 심리치료를 더 받은 뒤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박종대·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