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직장 문제로 고향인 경북을 떠나 수원에서 거주중인 이선영(가명·28·여)씨는 요즘 매일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한다.
10년 가까이 타지에서 생활하며 부모님과 서먹해질 정도로 거리감도 생겼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매일같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가 습관화됐다.
안부를 묻는 간단한 통화지만,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 일쑤다.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했던 이번 연휴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만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씨는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절규 등을 보며 슬퍼하고 분노하는 동안, 아이들도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가족의 소중함이 새삼 간절해졌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여, 희생자 가족의 슬픔을 온 국민이 함께 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이번만은 예외였다.
사건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국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슬픔은 더해졌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남긴 것 중에는 가까이 있지만 우리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족애'도 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면서, 가족끼리 안부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는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아빠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등등 평소 익숙지 않던 표현도 적극적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세월호 사고가 낳은 '가족애(愛) 신드롬'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 설치된 분향소에도 가족단위 분향객들의 발길이 잦다.
지난 주말 아이들과 함께 안산에서 분향을 한 이모(45)씨는 "가족과 함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었다"며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고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도 했고, 희생자 부모들을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행사성 축제 등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 여행객은 증가하고 있다. 도내 자연휴양림 및 리조트 등은 가족단위 여행객으로 객실 여유가 없는 상태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통상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에서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지지받고 싶어한다"며 "가족은 어떤 상황에서도 의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이고, 이 때문에 사고 후 불안한 심리가 가족애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성·권순정·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