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 있나요."

1일 오전 10시께 단원고 실종자 정모 양의 아버지는 팽목항의 붉은등대를 찾았다. 그는 평소에 막내딸이 좋아하던 탄산음료와 막대과자 등 간식거리를 펼쳐 부두 난간에 올려놓고 두손 모아 기도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딸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많이 춥지 ○○야…. 왜 꺼내달라는데 꺼내주지를 않을까…' 라며 중얼대던 그의 두 볼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뒤 또다른 실종자 박모 양의 어머니도 등대로 나왔다. 가족대책본부에서는 구조 계획에 대한 브리핑이 한창이었지만, 그에게는 매일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 차라리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바닷가에 나와 우는게 힘이 된다. 그는 "어디에 있니 내딸아. 돌아와"라고 말하며 이내 눈물을 쏟았다.

팽목항의 붉은등대, 자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뼈저린 슬픔이 서린 곳이다. 세월호 침몰 16일이 지났지만, 기적을 믿는 가족들은 매일 등대를 오간다. 등대에서는 가족들이 자유롭게 통곡할 수 있다.

수많은 군경·소방·자원봉사자·기자들이 몰려든 조그만 팽목항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수백m 떨어진 등대에는 가끔 갈매기만 날아들 뿐 누구의 방해도, 눈치도 보지않고 실종된 자식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울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등대로 이어진 방파제에는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이어져 있다. 리본에는 '11일째. 어디있니? ○○를 가족들은 너무 기다리고 있어. 이제 돌아오렴. 이모가', '××야, 오늘 엄마랑 집에 가자. 엄마 품으로 빨리와'라는 글귀 등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의 애끊는 심경이 담겨 있다.

등대 주변을 순찰하는 한 경찰은 "학부모들은 아침 저녁으로 등대를 찾고 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그 모습에 나또한 자식이 있는 부모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