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구조대원 모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시신을 인양하는 잠수사와 경비정 요원들은 끔찍한 장면을 하루 수차례씩 목격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언딘 사의 바지선인 리베로 호에서 수일째 근무 중인 잠수사 양모 경장은 시신을 인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 발견한 시신을 놓치지 않으려면, 꼭 끌어안거나 허벅지를 붙들고 상승해야 한다.
양 경장은 "시신이 부풀어 오른 상태로 변했다"며 "가슴이 너무 아프다. 가족들에게 빨리 보내줘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잠수사가 바닷속에서 시신을 발견한 뒤 신호를 하면, 대기하던 스쿠버가 내려와 시신을 받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장에서 이같은 작업이 200번도 넘게 이뤄졌다. 이후 시신은 경비정 등에 옮겨져 팽목항으로 돌아온다.
해경 경비정 P66에 오른 박모 상경은 사고 이후 육지를 밟아보지 못했다. 규정상 3일 단위로 임무를 교대하게 돼 있지만, 워낙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배에서 내릴 수 없는 터다. 박 상경은 계속되는 시신 인양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쳤다. 전남 지역의 한 해양대학교에 다니는 박 상경은 이번 사고로 선원의 꿈도 포기한 상태다.
박 상경은 "사고해역을 돌아다니며 희생자를 운구하는 일을 맡고 있다"며 "내손으로 영안백에 담긴 5구의 학생 시신을 옮겼다"고 털어놨다.
P76정의 박 이경은 "얼마 전 2구의 시신을 한꺼번에 인양할 때 여행가방도 함께 올라왔다. 수학여형에 들뜬 학생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며 "운구를 마치고 동료들과 갑판에서 한참을 울었다. 수색이 길어지면서 여기 있는 모두가 웃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편 1일 오후 10시 현재 남은 실종자는 81명이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