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사고를 뜯어보면 운항 이전부터 사고 발생 후까지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수십년만의 참사가 일어난 배경에는 매뉴얼을 종이쪼가리처럼 만든 그릇된 관행이 있다. 매뉴얼을 무시하고 대충 넘어가는 행태의 뿌리에는 관경(官經) 유착이 있다. 안전운항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은 선사의 이익단체이므로 엄격한 관리를 하는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해운조합 이사장을 맡아 선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해운조합은 196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을 고위 관료 출신이 독차지했다. 사진은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진 여의도 해운빌딩 모습. 이 건물에는 한국선주협회,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등 해양관련 이권단체들도 함께 입주해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 장관들이 서울에서 관련 단체나 산하기관의 사무실을 이용하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서둘러 방을 빼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4월부터 여의도 해운빌딩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지만 조만간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해수부가 임대계약을 해지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고 이후 '해피아'(해수부 마피아)가 집중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의 공동 소유로 선주협회와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선급 등 해운 관련 이익단체들이 입주한 건물에 장관이 집무실을 두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해수부는 99㎡ 면적의 사무실을 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144만원, 관리비 75만원(부가세 별도)에 사용해왔다.

남재헌 해수부 홍보담당관은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사무실 계약을 해지하라고 이주영 장관이 지시했다"면서 "일단 새로운 서울 사무소는 마련하지 않는 걸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가 산하기관 등의 사무실을 무상 또는 헐값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면서 불똥은 해수부 외에 다른 부처로도 튀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광화문 한국생산성본부 5층에 있는 서울 사무실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산하기관인 생산성본부 사무실을 무상으로 써왔다.

윤상직 장관은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고 하니 이참에 정리하자"고 말했다고 박원주 대변인이 전했다.

윤 장관은 대신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에 있는 사무공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통상 기능을 이관받고 나서 원활한 통상 협상을 위해 통상조직 일부를 외교부에 상주시키고 있으며 윤 장관 역시 외교부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둔 상태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국회 출석 일정이 있을 때 집무실 겸 직원들과의 회의실로 써오던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사무실 이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그 대신 서울 반포의 한강홍수통제소 사무실을 주로 이용할 계획이다.

대한주택보증은 국토부 산하기관이고, 한강홍수통제소는 국토부 소속기관이다.

방윤석 국토부 홍보담당관은 "앞으로는 한강홍수통제소를 거점으로 삼아 서울 출장 때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국회 관련 일정으로 급하게 직원들과 회의를 해야 하거나 국회 회기 중 대기할 일이 생길 경우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한주택보증 사무실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을 더는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지난해말 정부서울청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앞서 사용하던 서울 중구 청계천로 소재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은 임대 기간이 지난 1일 끝났으며 최근에는 사실상 공실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국회 관련 업무를 위해 여의도에 있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의 일정 공간을 임차해 사무실로 써왔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종로구 이화장길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은 소속 기관인데다 서울에서 세종청사와 영상회의를 할 공간이 필요해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은 '서울 사무실이 필요하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계속 쓸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의도 잠사회관 7층에 사무실이 있다. 약 200㎡ 규모로 농식품부는 월 495만원을 내고 있다.

남태헌 농식품부 대변인은 "잠사회관을 소유한 잠사협회는 농식품부 산하단체가 아니라 민간협회인데 잠사산업이 거의 사장산업이 돼서 농식품부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서울사무소 폐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최성락 복지부 대변인은 "실제로 쓰임새가 많이 임차료를 지급하고 서울사무소를 운영하는 만큼 문제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건물의 15층 122㎡ 공간을 월 270만원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집단휴진, 기초연금 등 이슈 때문에 협상 파트너나 국회와 접촉할 일이 많아 장관과 차관은 평균 1주일에 3∼4일간 서울 사무소를 사용한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등도 서울 사무실을 계속 사용한다.

환경부는 광화문 오피시아빌딩에 있는 환경부 본부 조직인 온실가스정보센터에 장관 임시 집무실이 있다. 노동부는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편 정부과천청사에 집무실이 있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회의나 청와대 보고 등이 있을 때 소속 기관인 우정사업본부 회의실을 잠시 이용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