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4.5㎞가량 떨어진 곳에서 여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 지점에서 제주도 방향으로, 이틀 전 여학생 시신이 발견된 곳과는 정반대다. 유실 거리도 지난달 30일 2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보다 훨씬 더 멀리 떠밀려갔다.
다만 대책본부는 이 여학생은 세월호 선내에서 수습한 뒤 나오던 과정에서 잠수사가 놓쳐 물살에 떠내려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시간 30여분 만에 4km 이상 떠밀려 갈 정도로 물살이 센 곳임이 확인된 셈이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유실물도 대거 발견되고 있다. 전날 외병도 근해에 설치한 닻자망에서는 침대 매트리스 2점과 작업복 1점이 수거됐다.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15km 남짓 떨어진 외병도는 대책본부가 2단계 차단망으로 닻자망을 8km 폭으로 설치한 곳이다.
2단계 차단망을 벗어난 곳에서도 유실물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가방, 슬리퍼, 잠옷 등이 수습된 진도군 지산면과 금갑 해안은 사고해역에서 북동쪽으로 30km가 넘는 곳이다. 3단계 수색반경이 신안 가거도에서 추자도 해역(40∼60km)인 점을 고려하면 유실물이 흘러간 거리를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에는 사고해역에서 7km 떨어진 서거차도에 대형 컨테이너 2개가 떠밀려오기도 했다. 유실된 시신이 차단망을 벗어났을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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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원 총리가 2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마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 나누며 전남 진도군청에 들어 오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세월호 실종자 시신유실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시신 유실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그물 설치 등이 세월호 사고 발생 7일째에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세월호 침몰 직후는 물살이 센 사리 때여서 배 안에서 시신이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실종자 수색 초기에 시신 40여구가 세월호 주변에서 수습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때는 발생 16일 만에 사고현장에서 32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수습되기도 했다.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전담반을 구성한 대책본부는 접근이 쉽지 않은 사고해역 인근 211개 무인도 부근에 진도지역 어선 213척을 동원 수색하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금어기여서 철거해야 할 낭장망(조류에 의해 들어간 고기를 잡는 긴 자루 같은 그물) 489틀(개)도 설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3척은 사고해역 외곽 신안 가거도와 추자도 해역(40∼60km)을 수색중이다.
정총리는 앞서 수협중앙회장과 진도군수협조합장에게 모든 어민(어선)을 동원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인접 신안과 해남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세월호 수색에 참여하는 어민들도 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와는 별도로 주변 해역에 시신 등이 떠밀려 올 것에 대비, 해안순찰을 강화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시신 유실에 대비해 일본과 중국에 신원불상 시신이 떠밀려오면 연락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국제공조도 강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는 발생 25일 만에 희생자 279명의 시신을 모두 인양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46명 중 6명을 끝내 찾지 못해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