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 20일째인 5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매달린 노란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에서 공주로 태어나서 부귀영화를 누리렴. 엄마가 너무 미안하고 사랑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

지금은 실종자 가족지원 상황실로 쓰이는 팽목항 대합실 앞 천막에는 말로 차마 다 전할 수 없는 위로와 애도, 기원의 마음을 담아놓은 애달픈 방명록이 있다.

아직도 부모 품에 안기지 못한 이들의 귀환을 간절히 빌고, 이미 주검으로 돌아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손댈 수 없는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마음으로나마 어루만지는 간절한 기도들이다.

실종자 가족에게는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 터질 것 같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 일기장이기도 하다.

5일 이른 새벽 실종된 단원고 학생 어머니는 방명록에 딸의 이름을 연거푸 불러보며 편지를 썼다.

"오늘은 어린이날! 하늘의 천사가 된 우리 ○○○!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만질 수도 없고, 뽀뽀할 수 없고, 목소리 들을 수 없음에 너무 너무 너무×100000 보고 싶다. 내 새끼…."

어머니는 아직 피어보지도 못하고 지고만 딸 생각에 가슴이 사무친다. 딸은 문예창작과에 가 공부해서 방송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모델이 되고 싶어했고, 언제는 또 가수가 꿈이라고도 했다. 기자나 아나운서가 되는 꿈도 꿨다. 하고픈 게 많은 꿈 많은 딸이었다.

"그곳에서도 너의 꿈을 펼쳐라. 그곳에서는 행복해야 돼. 꼬옥∼ 엄마는 여기서 우리 막내 애기 응원할게."

가난해서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한 맺힌 상처로 남은 엄마는 "다음 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나거라"라는 아픈 기도를 올렸다.

방명록에는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서 온 시민이 쓴 손 편지도 있다.

그는 "꽃다운 청춘, 꽃띠 너희를 우리 동네 안산시 고잔동에서 천릿길 머나먼 진도 앞바다에서 수장하고 말았구나. 미안하고 미안하다"라며 쓴 애도의 글을 여러 번 고쳐 적었다.

또래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너희가 못다 이루고 떠난 꿈 후배들이 안전한 나라에서 이룰 수 있도록 '엄마'는 오늘부터 투사다!"라고 썼고, 다른 어머니는 "얘들아 혼이라도 절대 이 나라 돌아보지 마라"라는 말로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드러냈다.

"기적처럼 살았으니 기적처럼 돌아오라는 말. 말로만 끝나서 미안해요." "같이 울어줄 수밖에 없어 미안합니다." "오직 기다린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어서 나오너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외마디 기도는 실종 20일째인 이날까지도 방명록을 적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