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19일째인 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과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연휴 기간이자 세월호 참사 발생 19일째인 지난 4일 진도 현지를 두 번째로 찾아 '무한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이뤄진 실종자 가족과의 면담에서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사고 발생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17일 진도체육관 첫 방문, 2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조문은 물론 지난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같은 달 29일 국무회의에 이르기까지 한 차례로도 사용된 적이 없는 '책임'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

이 단어가 나온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시중의 비판여론이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고발생 초기와 수습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발언과 청와대의 '반박성 해명자료'가 잇따라 나오면서 국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청와대가 책임회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중인 바지선에 승선해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3일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가 내 책임'이라는 처절한 상황인식 없이 어떻게 대안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에게 즉각적이고도 통렬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고,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리더십 부족과 책임회피'가 비중 있게 꼽힌 점도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무한 책임' 발언은 앞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책임회피성' 발언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에 무한책임이 있는 것이니, 재난 컨트롤타워 운운하는 논란이 없어야 한다는 청와대 내부를 향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있다는 얘기다.

다만 박 대통령의 '무한책임' 언급이 악화하는 민심을 얼마나 다독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사 발생 20일째인 5일(오전 11시 현재)에도 실종자가 40명이 넘어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이 높아지는 게 변수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중인 바지선에 승선해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군·경 뿐만 아니라 민간 역량까지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 및 시신유실 방지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등 야당의 주문도 강도높다.

여기에다 사고 대응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돼 유족들이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까지 요구하고 있어 '성난 민심'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팽목항에서 한시간 반 걸려 바지선에 가는 것은 9시 뉴스용 그림하나 찍는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하고 더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라며 "정치의 절반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는데, 박 대통령은 타이밍도 태도도 다 놓쳤다"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국가원수 이전에 행정수반으로서 이번에 사고를 수습할 총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다시 현장을 확인하고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문한 것은 민심 수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진도 재방문 다음날인 5일 청와대 관저에서 세월호 관련 수습대책과 대안 등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어린이날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린이날에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면서 축복의 하루가 되기를..."이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세월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