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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만이라도 만져라도 봤으면...' 하늘은 이 마음을 알까?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이 딸을 그리워하며 노란 리본에 쓴 글귀가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연합뉴스 |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의 맑은 얼굴은 슬픔이 일상화된 팽목항에서 어쩔 수 없이 도드라졌다.
한 손에 과자 봉지를 들고 엄마를 졸졸 쫓는 아이, 할머니 손을 놓고 등대까지 뜀박질하는 아이, 사망자 명단이 붙은 게시판을 보며 아빠 뒤로 숨는 아이.
전북 고창에서 부모와 함께 온 8살 여자 어린이는 고사리 손으로 나비모양 포스트잇 메모지에 '언니, 오빠들 좋은 곳으로 가세요'라고 써 추모 게시판에 붙였다.
게시판 기둥에 노란 리본을 달며 두 손을 모은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냈다.
어른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묵념을 하고, 실종자 귀환을 염원하는 108배를 하는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어떤 천진한 아이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손가락으로 'V' 자를 만들다 부모가 '여기선 안돼' 조용히 꾸짖자 무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군포시에서 10살 딸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 김모(48·여)씨는 "뉴스를 보며 소름끼치도록 슬펐다"면서 "현장감은 또 다를 테니까 아이가 이걸 기억하고 커서 안전 불감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사회 일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려든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늦은 오후까지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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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고 20일째인 5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찾은 한 어머니가 두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걷고 있다. /연합뉴스 |
어린이날이자 세월호 참사 20일째, 결국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해내지 못한 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희생자만 250명이 넘어선 날이었다.
그동안 팽목항을 지켜온 실종자 가족들은 그 누구도 '엄마', '아빠'라는 말을 다시 듣지 못했다.
'꿈에서라도 한 번만 더 불러줬으면….'
이제는 자식이 말 없는 주검으로라도 돌아오기만을 기도하는 기다림의 하루.
추모 게시판에 붙은 글들을 구경하는 꼬마 아이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한 실종자의 어머니는 천막 뒤로 가서 친척으로 보이는 여성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어머니는 "○○이 보고 싶잖아. 우리 애기…"라고 길게 흐느꼈다.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도 밖에 나왔다가 이내 뒤돌아서 가족대책본부 천막이나 대기실 텐트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팽목항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외부인들이 너무 많이 와서 오늘 (실종자) 가족분들 대부분이 밥 드시러 나오질 못하셨다"면서 "쳐다보는 눈도 불편하고, 애들 있는 남의 가족 보면 눈물 나고 그러니 아예 못 나오시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