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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오신날인 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불교 신자들이 세월호 침몰로 숨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처님 명호(名號)를 소리 내 간절히 부르며 발원(發願)을 올리는 칭명염불(稱名念佛) 소리가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울렸다.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인 6일 오전 팽목항에 마련된 대한불교조계종 팽목항 임시 천막 법당에서 봉축 법요식이 열렸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등 불교 신자 20여 명은 사고 해역을 바라보며 서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목탁 소리에 맞춰 염불했다.
염불 소리는 점점 높아져 어느 순간 울음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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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오신날인 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불교 신자들이 세월호 침몰로 숨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장인 진관스님은 "부처님의 힘으로, 부처님의 정성으로 실종자들을 다시 찾아 본래 선상에서 모습과 같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법요식 도중 오열해 옆 천막으로 옮겨진 한 어머니는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어어흑…너무 안 오니까… 애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불쌍해 죽겠어요. 죽을 때도 이렇게 불쌍하게 죽는지…. 어어어흑…."
참석자들이 염불을 외며 방파제를 한 바퀴 돌고 바다를 향해 삼배를 올릴 때,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더는 알아듣기 어려운 통곡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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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사고 21일째이자 석가탄신일인 6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을 마친 진관스님과 조계종 스님들이 실종자 가족, 일반 시민들과 함께 불경을 외며 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사고 21일째.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이제 세상의 모든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
원불교 신자들은 참회와 서원의 심고(心告)를 올렸고, 개신교 신자들의 예배와 천주교 수녀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항구 곳곳에서 조상과 하늘, 바다와 우주에 비는 간절한 소원들이 담긴 노란 리본이 펄럭였다.
개신교 계열 봉사단체 한 관계자는 "남으신 분들이 이제 기대고 붙들 수 있는 건 사실상 종교뿐"이라면서 "더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느끼면서도 포기할 수는 없는 그런 불안한 심정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처님 오신 날인 이날 오전 세월호 선내 수색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가 입수 도중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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