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연(率然)은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상산(常山)에 사는 뱀의 이름이다. 솔연의 몸체는 앞의 머리와 뒤의 다리와 가운데의 몸통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전후중의 세 부분이 한 몸을 이루고 있다 보니 서로 하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하나처럼 움직인다. 한 몸인지 아닌지는 생존이 걸려있는 싸움이 벌어지면 나타난다.

적이 앞의 머리를 치면 뒤의 꼬리로 공격하고 뒤의 꼬리를 치면 앞의 머리로 공격한다. 혹 가운데 몸통을 치면 앞의 머리와 뒤의 꼬리로 동시에 공격한다. 손자병법의 문제의식 가운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군사들이 솔연처럼 한 몸으로 인식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고, 그 결과 장수가 군사를 한 몸처럼 통솔할 수 있을까의 문제였다.

이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손자병법의 결론은 '가능하다'이다.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배경 구상이 바로 오월동주(吳越同舟)이다. 오나라와 월나라라는 철천지원수 사이도 같이 탄 배가 풍랑을 만나게 되면 일차적인 생존의 주체가 너나 나라는 원수로서의 개체가 아닌 한 배가 되기 때문에 서로 한 몸의 좌수(左手) 우수(右手)처럼 인식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생존의 위협이 닥쳐 자기만 생존할 수 있는 길이 끊어질 때 원수지간이라도 공생의 길을 찾게 되고 그 결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원리를 담고 있는 것이 오월동주인데 대외적인 난국을 풀어나갈 협력의 명분으로 자리잡았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