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 21일째이자 부처님오신날인 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 유가족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들의 서명을 부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주던 네가 하루 아침에 하늘나라로 갔어.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니…"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내 정부 공식합동분향소 유가족대기실 밖으로 유족 A씨의 울음섞인 넋두리가 흘러나왔다.

며칠전 어린이날에도 저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루를 버텼는데 이어서 찾아온 어버이날에는 가슴을 후비는 듯한 고통에 그저 목놓아 울 뿐이다. 유족들은 하나같이 '가정의 달'인 5월이 이리도 잔인한 적이 있었냐며 가슴을 쳤다.

여느 부모와 자식처럼 그저 평범하게 카네이션을 주고 받고 싶을 뿐인데 A씨에게 올해는 다 허사가 됐다.

천진하게 웃고있는 아이 영정사진 앞에 A씨는 하얀 국화를 카네이션 대신 올릴 자신이 없다고 되뇌었다.

"용돈도 얼마 주지 못했는데 그걸 모아 어버이날마다 카네이션을 꼭 달아주더라구요.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면 안되는데…"

눈물겹게 화창한 이날 조문행렬은 다른날 못지않게 길게 이어졌다.

영정 앞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고 오랫동안 침묵하던 조문객들은 어버이날을 생각해서인지 분향소 밖으로 나와 유족들에게 더욱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돌아갔다.

일부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 앞에 서서 5일째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하얀 마스크에 하얀 장갑, 검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사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제 아이가 웃을수 있게 진실규명 바랍니다" "이유없이 죽어간 아이들 위해선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등 정부를 향한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떳떳한 부모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속절없는 외침이었다.

한 유족은 "차가운 물속에 있을 영혼들 생각에 밥도, 잠도, 물 한모금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특별검사제 도입과 청문회 등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오늘로 사흘째 이어갔다.

합동분향소 출구에 설치된 서명대 6곳에서 조문객 수천여명은 향후 국회 등 관계기관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진 이 서명에 대거 동참했다.

합동분향소가 문을 연지 9일째인 이날 오후 4시 현재 26만2천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임시 합동분향소 추모객을 합친 누적 조문객 수는 모두 44만2천여명이다. 추모 문자 메시지도 9만8천여건 수신됐다.

서울광장 시민분향소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천여명의 시민이 합동분향소를 다녀갔으며 지난달 27일부터 11일간 모두 17만 9천857명이 분향소를 찾아 피해자들의 넋을 기렸다.

'애도와 성찰의 벽'도 시민들이 남긴 추모 편지·시로 가득 찼고 '노란 리본의 정원'에는 시민들이 매어놓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경기도 안산지역 피해자 합동영결식이 열리는 당일까지 운영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