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탔던 산본고 학생들
분향소서 "미안하다" 울먹
풍랑주의보속 출항 강행 등
수학여행 '악몽'으로 기억


"지난해 우리가 당했을 수도 있었던 일… 너무 미안해서 찾아왔어요."

7일 오전 11시께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여고생 5명이 울먹이고 있었다. 군포 산본고 3학년 김지나(18)양 등은 이날 개교기념일이라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교복을 입고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추모게시판에 하나같이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며 눈물을 보였다.

산본고 3학년 550여명은 지난해 3월 20일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남다르게 느껴졌기 때문.

김양은 "부모님께 지난해 세월호를 타고 단원고와 똑같은 방식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더니 믿지않으며 크게 놀라셨다"며 "학교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세월호 참사를 우리가 겪을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본고 전지은(18)양에게는 세월호 승선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양은 "우리가 (여객선을) 탔던 날에도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로 한참동안 대기했지만, 아무일 없다는 듯 출발했다"며 "당시 너무 배가 흔들리고 기울어져 양치하러 가는데도 벽을 붙잡고 갈 정도였고 구토하는 애들도 많았다"고 회상하며 울었다.
세월호의 안전 불감증 문제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이나(18)양은 "당시에도 구명조끼 입는 법이라든지 비상시 대피로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어서 캐비닛을 열어보며 장난치던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우연히 발견할 정도였다"며 "단원고 학생들처럼 우리도 갑판에서 불꽃놀이를 진행했는데 너무 배가 흔들려서 제시간을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원고 학생들을 배에 남겨두고 탈출한 어른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양은 "아마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며 "(탈출)방송만 제대로 해주고 구조만 해줬어도 다 살았을텐데 어른들 말만 믿고 기다리다 죽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교복을 입은 이들을 발견한 한 유가족은 곁에 다가와 "어디 학교에 다니냐"고 묻기도 하고 "와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살 것"이라며 "친구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너무 미안하고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