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피해를 입은 안산 단원고 정문 옆 돌담길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지인·시민들이 희생자를 그리며 남긴 음식과 편지가 지나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희생된 학생들이 평소 즐겨먹었던 라면·과자·음료수 등이 지난달 16일 사고 이후 하나 둘씩 놓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정문 옆 담장 20m가량을 감싸고 있다.
음식들과 함께 놓인 희생자들에게 붙이는 마지막 편지들도 지나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희생자의 지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캔커피에는 "○○아 그동안 추웠지? 따뜻한 커피마시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있어"라는 쪽지가 함께 있다.
종이별을 넣어둔 유리병에는 "고백을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어서 돌아와. 그냥 옆에서 바라만 봐도 난 행복하니까 제발 돌아와. 그냥 쳐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줘! ○○아"라는 전하지 못한 고백의 메시지도 붙어있다.
40대 한 학원강사는 초코파이를 돌담길 곁에 놓아두며 "이번에 희생된 아이들에게 3년 전 미술을 가르쳤었는데, 중학교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들뜬 모습이 생각난다"며 "아이들이 들뜬 마음에 그림을 그리기 싫다며 내 책상 위에 초코파이를 올려 놓고 도망가던 추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한편 긴 연휴를 마치고 등굣길에 오른 단원고 학생들 역시 정문 옆 돌담길에 잠시 멈춰서 추모글을 읽으며 세상을 떠난 선·후배를 애도했다.
/이재규·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