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무능한 정치권을 심판할 수 있나요? 투표 안할 겁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의 오락가락 행태에서 비롯된 '선거 무관심'이 '선거 혐오증'으로까지 번지면서 아예 선거에 불참하겠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이같은 분위기가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나섰고, 투표 참여를 독려해야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선거연기론'까지 등장했지만 현실적 문제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치 및 선거에 대한 혐오증은 선거운동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 정당은 상향공천·개혁공천의 수단으로 '여론조사' 등을 내세웠지만, 번번이 적은 응답률에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후보들도 세월호 추모 내용을 섞어가며 대대적으로 문자 홍보 등에 나섰지만, 대중의 냉대만 받았다.

한 유권자는 "나라가 이꼴인 상황에서 후보 여론조사 전화를 받고 분을 참을 수 없었다"며 "이 시국에도 다투기만 하는데 누굴 뽑고, 누굴 심판하느냐"고 격하게 반응했다.

인터넷 및 SNS를 통해서도 선거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표출됐다. 한 네티즌은 "차라리 (투표 시간에) 잠을 자는 게 낫지.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각 선거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홍보에 나서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오히려 선거운동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인지도가 낮거나 정치 신인격인 후보일수록 고민은 크다.

한 캠프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하다"며 "계획에 없던 '안전 공약'을 발표하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전전긍긍이다. 7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인데다가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로 첫 시행되는만큼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당초 예상이 무너질 처지다.

4·5월 각종 축제 등에 참여해 투표 독려 캠페인 등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행사가 대거 취소돼 마땅한 독려 방법도 없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실제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전처럼 '선거는 축제'라는 점을 강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