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 기간 모두 40명의 실종자가 수습됨에 따라 7일 오전 9시 현재 남아있는 실종자가 33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위치한 실종자 가족 대기실 천막을 정리 중인 관계자들이 가족들이 쓰던 담요와 베개, 슬리퍼 등을 가져가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비어있는 대기실을 정리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름이 떠서 그물을 넣질 못한다는 거야. 양식이고 자연산이고 다 힘들게 됐어. 근데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해요."

세월호 침몰 사고 23일째인 8일, 사고 해역 인근 섬 주민들의 일상도 23일째 멈춰 있다.

세월호에서 나온 기름은 조류를 타고 사고 사나흘 만에 4∼6㎞ 떨어진 미역 양식장까지 퍼졌다.

동·서거차도와 병풍도 등 사고 지점 반경 10㎞안에서 미역 양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어민은 300∼400명.

해양경찰청 등의 방제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기름은 계속 새고 있고, 피해 면적은 벌써 400㏊가 넘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서거차도에서 3년째 미역 양식을 하는 40대 어민 김모씨는 "뭘 어찌해볼 도리가 없이 다 망했다"면서 "사고에 기름 유출 얘기까지 뉴스에 나가면서 이제 우리 마을 수산물을 사질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 침몰한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인근 전남 동거차도 해상으로 번져 양식장 미역에 엉겨붙어 있다. /연합뉴스
4월부터 시작되는 채취시기에 기름이 미역 양식장을 덮치면서 30대(줄) 가량을 망쳤다. 손해액이 벌써 2억여 원이다.

7∼8월 수확을 앞둔 가시리와 톳 채취까지 물 건너간 걸 생각하면 손해액은 그 이상이다.

특히 바위에 붙은 돌미역을 뜯어 팔아 겨울까지 생활비를 마련해온 고령의 주민들은 눈앞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발이 묶인 지도 오래다.

섬 주민들은 실종자가족지원상황실이 된 대합실 대신 인근 슈퍼에 모여 몇 시간씩 배를 기다린다.

팽목항에서 조도와 관매도, 서거차도 등을 오가는 정기 연안 여객선은 주민들이 육지와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여객선 3개 회사의 선편은 하루 8회 정도. 그러나 사고 이후 적으면 하루 2회, 많으면 3회 운항한다. 그나마 시간도 매일 들쑥날쑥 이다.

▲ 20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넓게 퍼져 있는 가운데 오일볼도 관찰되고 있다. /연합뉴스
항구에 대책본부와 실종자 가족 대기실 등 천막 수십 개가 들어서면서 여객선 정규 선착장은 막혔기 때문이다.

썰물 때면 수심이 얕아서 배를 대기 어려운 임시 선착장과 인근 서망항 화물 부두만 이용할 수 한다.

서거차도 주민 소모(45)씨는 "평소 같으면 팽목항에서 마을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지금 이 선착장에서는 차를 싣고 갈 수 없어 조도에서 하루 자고 내일 다른 배편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육지 사람들은 나들이 안가면 그만이지만 생활인 섬사람에게 20일 넘게 불편이 말이 아니다"라며 "어른들 잘못으로 아이들이 그렇게 됐으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들 감수하고는 있지만, 대책을 좀 세워줬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민들의 이런 민원을 접하는 진도군청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빈 천막을 옮겨 차가 다닐 길만이라도 터달라는 주민들의 조심스러운 요청에도 실종자 가족의 예민한 심경을 고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날 선착장 앞 빈 텐트를 청소하자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극도로 불안해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기름 피해에 관광 성수기 민박집 피해까지 주민들이 감수하고 있는데, 교통 불편만은 그래도 어떻게 해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아있는 분들의 심경을 생각하면 정말 쉽지가 않다"면서 "다른 기관과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