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혁기씨와 측근들이 검찰의 3차 소환에도 불응한 가운데 8일 오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 청사 앞바닥에 검찰 소환자 취재를 위한 지점 표시가 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끝내 출석을 거부하자 강제송환 절차에 들어가는 한편 유 전 회장을 먼저 소환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의혹에 연루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과 측근들이 검찰의 마지막 소환통보 시점인 8일 오전까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이 3차례나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것은 고의로 조사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까지 해외 체류를 이유로 소환 조사를 거부한 이들은 유 전 회장 차남 혁기(42)씨,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이다.

변기춘(42) 천해지 대표이사와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 등 계열사 핵심 관계자들이 검찰 소환 통보에 곧바로 응해 신병 처리된 것과 달리 이들은 수사가 시작된 직후 해외로 출국하는 등 줄곧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까지 유 전 회장의 핵심측근 '7인방' 가운데 송국빈(62) 다판다 대표이사를 구속하고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와 변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선박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핵심 측근인 이들은 상당수가 구원파 신도인데다 오랜 기간 유 전 회장과 관계를 맺어 유 전 회장 혐의와 관련해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유 전 회장의 경영 개입과 횡령 혐의를 밝히기 위해 혁기 씨 등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혁기씨 등 3명을 포함해 자진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48)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또 대검 국제협력단을 통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정식 사법 공조를 요청, 혁기씨 등의 소재 파악과 함께 강제 소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미 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르면 양국은 범죄 예방 및 수사, 기소 등과 관련해 사람 또는 물건의 소재 파악, 수색 및 압수 요청 집행, 구금 중인 자의 증언 또는 다른 목적을 위한 이송 등에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 절차는 통상 1∼2년 이상 걸려 당장 수사의 속도를 내야 하는 검찰의 선택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사법당국의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요청한다고 해도 해당 범죄인이 현지에서 인신보호 청원을 하게 되면 국내 인도까지 2∼3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외교부를 통해 혁기씨 등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기소중지(수배)하는 방안도 있다.

수사기관이 신청하면 외교부가 여권법 조항에 제시된 기준에 맞는 수배자에 대해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법은 2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기소됐거나 3년 이상의 형에 처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범죄자 등에 대해서는 여권을 반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차례의 송달에도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공시 후 여권 효력이 없어진다. 여권 효력 상실로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추방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씨앤케이(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2년 넘게 해외에 체류하다 지난 3월 귀국한 오덕균(48) 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오 대표는 귀국하자마자 체포됐고 이후 구속 수감됐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강제 구인 절차와 별도로 검찰은 조만간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를 먼저 불러 혁기씨 등을 압박할 계획이다.

부친과 형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면 심리적으로 흔들려 자진 출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청해진해운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유 전 회장을 '회장'으로 명시한 내부조직도와 비상연락망을 확보한 만큼 유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차남과 김 대표 등이 가족이나 변호인에게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을 택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