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23일째.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안산시는 침통 그 자체다. 아니, 침통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안산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한 다리만 거치면 아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필자 어머니의 직장 동료 자녀가 단원고에서 근무하던 한 교사였다. 필자의 대학교 동창은 고(故) 강모 교감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이기도 했다.

이처럼 안산시민 모두가 사제지간, 이웃사촌 등으로 이번 사고의 간접적 희생자인 것이다.

안산시민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위험수위로 악화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일부는 잠을 설쳤고 일부는 인터넷, TV 등에서 나오는 세월호 관련 소식에 눈물을 쏟았다.

물론 이들이 느낀 고통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희생자라고 할 수 있는 생존자 가족, 유가족, 단원고 교사 등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비견할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 대한 정신치료 역시 간과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공동체 의식이나 유대의식이 강한 한국인의 사회·문화적 특성상 안산시민이 호소하는 급성 스트레스가 우울증, 불안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역시 분향소나 장례식장에 마련된 심리 상담 부스에서도 상담받을 수 있지만 2·3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도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신과 전문가들도 최소 1년간은 추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듯 이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의 지속화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권영조 (안산시 상록구 사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