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안산시 택시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과 위패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로 옮기고 있다. /임열수·하태황기자

안산개인택시조합 '무료 운행'
대한적십자사 성금·물품 지원
밥차 제공등 지역 주민들 '온정'
정신과 전문의등 심리치료 나서

"당신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비탄에 잠긴 안산으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가적 재난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대응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의 헌신과 열정은 전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24시간 갖가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국민적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슬픔 속 희망운행 '천사택시'

=안산지역 개인 택시기사들은 사고 다음날인 17일부터 희생자 가족과 친구들의 중요한 이동수단이 되고 있다. 안산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회원들이다.

전체 2천여명의 조합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무료봉사에 나섰다. 매일 하루 20대씩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운행한다.

진도와 목포는 물론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장례식장이 위치한 안산, 시흥, 수원 등을 주로 오간다.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기 위해 노란리본도 택시에 매달았다.

벌써 안산과 진도를 왕복한 택시만 100대가 훌쩍 넘는다.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403㎞ 4~5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택시비만 30만~40만원에 달하고 기름값도 13만~15만원씩 나오지만 택시기사들은 도로교통비도 본인들이 부담한다.

한 번 내려가면 2~3일씩 머물러 몸고생할 때가 많지만 희생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차 안에서 자는 쪽잠도 미안할 따름이다. 안산 임시분향소에서 합동분향소로 영정과 위패를 옮길 때는 택시 45대가 이를 도맡았다.

안산개인택시조합 나상균 단원구지부장은 "가족들이 편안하게 오가야 하는데 차가 불편할까 걱정"이라며 "슬픔에 빠진 유족을 생각해 휴게소도 안 들르고 진도까지 가는 기사도 있다"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안산 임시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열수·하태황기자
#아픔 보듬는 자원봉사자 이어져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도민들의 자원봉사 손길이 이어져 지금까지 1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안산지역 주민의 자원봉사가 특히 많았다.

안산고등부어머니회장단 45명은 지난달 23일 진도에 내려가 힘겹게 구조작업을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에게 따뜻한 밥을 만들어 제공했다. 단원고체육회, 안산대학교, 안산강원도민회 등 18개 단체 630명도 하루 35명씩 나눠 오는 13일까지 밥차 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원시 연화장, 시흥 시화병원장례식장, 시흥장례식장, 시흥센트럴병원장례식장에도 자원봉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미치고 있다. 특히 단원고 학부모 봉사단 282명은 사랑의병원, 한도병원, 안산장례식장 등 12곳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유족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금과 물품 답지도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에는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4천843만6천220원의 성금과 6만1천167개의 물품이 모였다.

성금 가운데 2천356만원은 법인이, 1천709만원은 학교와 아파트단지 등 단체가 보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25명의 개인이 보내온 성금도 681만원이나 됐다.

경기적십자사는 "김치와 커피, 휴지, 컵라면, 장례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이 오고 있다"며 "특히 현장에서 필요한 생수와 음료는 이미 많이 확보돼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 등을 수거하며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열수·하태황기자
#정신적 아픔 함께 나눠요


=세월호 침몰사고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안산시민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전문상담사 1천명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참사 이튿날인 17일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심리지원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결과, 일주일 만에 1천명을 채웠다.

자원봉사자 자격은 정신과 전문의, 심리상담사, 정신보건간호사,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일반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으로 제한했다.

정신과 전문의만 200명에 달하며 소아청소년정신과학회 회원과 안산지역 정신과 개원의가 주축을 이룬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은 자원봉사자에게 2시간 30분간 학교위기사건 개입방법, 학부모피해자 상담주의사항, 급성스트레스 관리요령 등 재난심리대응교육을 실시한 뒤 현장에 투입시키고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과 안산시내 장례식장, 올림픽기념관 임시합동분향소 등 13곳에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두 자원봉사요원 260명을 배치하고 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 2~3명은 안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매일 상주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맡고 있다. 또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자원봉사요원들이 2차례에 걸쳐 심리안정을 필요로 하는 가정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통합재난심리지원단 관계자는 "자원봉사자 모집에 너무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커다란 슬픔에 빠진 주민들의 심리안정과 일상생활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대·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