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여권과 비자, 외국인등록증을 잃어버려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될 뻔한 필리핀 국적의 부부(경인일보 5월 2일자 3면보도)가 이번엔 정부의 무관심 속에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월 이들 부부는 기획사인 M사와 공연가수 계약을 맺고 라이브클럽, 호텔 파티, 선상파티 등에서 공연을 했다. 청해진해운과는 지난해 6월 M사를 통해 근로계약을 맺고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세월호에 탑승해 공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공연에서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이들은 승무원으로 분류됐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마땅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괴롭힘만 당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구조 직후, 진도 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도중 목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결국 남편의 다친 오른쪽 발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세균에 감염되기도 했다.
이들과 계약한 기획사 관계자는 "생존자라 보상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30%만 가져가라"며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계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이들이 청해진해운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파견근로'임에도, 승무원으로 분류했고 보험료, 연금, 의료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대1 지원서비스조차 지원하지 않았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외국인이라 거주지가 일정치 않아 1대1 지원서비스 대상에 해당되지 않고, 보상금의 경우 일단 일반 탑승객 우선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인천항 인근의 간이숙소와 배안에서 주로 생활해왔다. 인천시에서도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임시거주자, 외국인 등은 우리 관리지원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공지영·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