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나세요. 작년에 친구가 와서 컴퓨터를 고쳐 주었을때 아빠는 “우리 경원이는 컴퓨터도 못하는데 친구는 잘하네.” 하면서 친구와 저를 비교하셨어요. 그래요 저는 컴맹이에요. 그래서 친구에게 컴퓨터를 고쳐 배우려고 한 거예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다니…. 저도 섭섭해요.'
이모(18)군이 '제가 잘못하면 아빠가 이해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부모님께 보낸 글이다. 처음에는 불안한 정서로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던 이군은 1년 가까이 미술심리 치료를 받은 후 이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복합 틱(Tic)장애를 보이고 있는 최모(19)군. 최군은 심리불안으로 연방 눈을 깜빡거리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틱 장애는 강압적인 분위기거나 자신에게 정서불안이 다가올 때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심리상담사의 애를 태웠던 최군은 요즘 자기가 좋아하는 댄스를 하고 있다. 유명 여가수의 백댄서로 활동하고 있는가 하면 모 방송국 드라마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등 정서적인 안정을 찾고 있는 상태.
수학교사가 상처받은 학생들을 상대로 미술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이희경(42·여)교사.
“심리치료를 하면서 미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죠. 욕구불만과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작은 도화지속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내재된 감성과 행동이 표출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학생들의 심리불안 상태를 치료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꾀할 수 있지요.”
이교사는 학생들의 불안심리는 부모들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자녀에 대한 대리만족, 과잉보호, 이혼, , 가정폭력 등 복합적인 상황이 그 것. 이런 상황들로 인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하거나 불안심리를 느낀다고 한다.
이교사는 4년간 학생들의 미술치료를 통해 경험했던 내용들을 담은 '마음속의 그림책'이라는 제목의 책까지 발간했다.
'부모에게 상처받는 아이들의 호소문'이라는 주제로 첫 이야기를 이끌고 있는 이 책의 머리말에는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고, 미술 치료 방법으로 진행한 한 여교사의 슬프고 안타까운 상담 기록이자, 그 아이들과 함께 '자녀를 제대로 좀 사랑해 달라'고, 이 세상의 모든 부모와 부모될 사람들에게 눈물로 보내는 호소문'이라고 적었다.
각종 심리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이나 왕따, 성폭력, 정서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느낀 점에 대해 조목조목 제목을 달아 실었다. 또 상담과정에서 학생들이 도화지에 직접 그린 미술치료 그림도 함께 담았다.
연세대에서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딴 이교사는 '부모교육' 외래강사, 데일 카네기 최고경영자 과정 AT(Assistant Teacher)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 오는 3월부터는 상지대학교(원주) 한방대학원에 미술치료과목 출강을 한다.
이교사는 “우리들 마음속의 그림책을 바로 잡아 수채화를 감상하듯 맑은 마음으로 자녀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꾸짖기만 하는 아빠' 아이는 그림속서 시위
입력 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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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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