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안하고 일만 한 게 패인이었다면 패인 아닐까? 크게 반성한다."

지난 10일 오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정병국(여주 양평 가평) 의원은 경선후 패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시 정치한다는 마음으로 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쇄신파의 선봉에서 중앙당의 노쇠이미지를 변화시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주역이면서도, 현장과 익숙하지 못했던 자신의 부족함을 이렇게 토로했다.

그러나 경선 현장에선 높은 인지도와 당의 차출론에 힘을 받았던 남경필(1천562표)의원에 맞서 합산 투표수 1천48표를 얻어 선전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로 경선운동을 접고 12일동안 진도로 내려가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한 점도 그에게는 불운이었다.

그러나 그는 12일동안 현장에서 먹고 자면서 보여준 진정성있는 활동이 도움이 된 점도 있다고 위안을 삼는 모습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패인으로 삼은 그는 의외로 담담함을 보였다. 부족함을 알았으니 앞으로 경기지역 다선(4선) 중진의원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다지는 모습이었다.

그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될줄 알았는데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았다. 정치를 너무 몰랐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부터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에 대한 지원에 대해선 "요청이 있든, 없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며 "일단 선거부터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선 후일담으로 남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서울보다 인구가 많은데 지상파 방송 토론 한 번 안하는데 분개하거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이런 것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경기도는 서울 중심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누가 지사가 되더라도 여야 없이 경기도의 정체성부터 살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항간에 나돌고 있는 7월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현재로선 부정적이지만 차기 원내대표 등 당분간 쉬면서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