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사고의 초기 대응 미흡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해경이 사고 해역의 항공기 통제에도 허술함을 보였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위기 상황에서의 항공관련 매뉴얼도 시급히 따져 봐야 할 대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제주해경항공단이 사고 당일 작성한 '항공안전장애 보고서'에 따르면, 출동한 구조헬기끼리 충돌 위기상황이 있었다.
이 문건은 당시 수색·구조임무에 참여했던 해양경찰청 소속 KA32 헬기에 탑승했던 조종사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오전 10시50분~11시40분 사고 해역 상공의 상황과 문제점을 기술했다.
당시 현장에는 수색·구조·탐색을 위해 출동한 헬리콥터 7대를 비롯해 군용 비행기 등 10여 대의 항공기가 사고해역 상공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초동조치 과정에서 직접 구조활동과 관계가 먼 전남 소방헬기가 통제항공기의 교신도 무시하고 구조핵심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전남 소방헬기가 수면을 선회하던 구조 헬기 바로 위 500ft(150m)까지 접근해 헬기의 충돌위험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 3차례나 발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여러 차례 계속되자 당시 현장 항공기를 통제하던 해양경찰청의 CN-235 항공기에서 무전기를 통해 "소방헬기 나가!"라고 고함을 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문제의 소방헬기는 전남 소방 소속 Bell430 헬기로 전남 도지사가 탑승했던 것으로 당시 헬기 조종사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현장 초동조치 과정에서 다수의 헬기가 단시간에 좁은 공역에 집중 운영되는 상황에서 홍보나 현장순시를 위한 항공기 운용은 매우 유감스럽고 무모한 행위였다고 판단된다"고 정리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세월호 사고 당일 도지사의 헬기 탑승과 관련 "현장 긴급구조 활동 지원을 위한 신속한 일련의 조치로 이뤄진 것이며 인명구조활동에 지장을 초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해경보고서를 통해 도지사 탑승헬기가 사고 현장에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구조와 관련없는 항공기들이 사고지역 상공에 몰려들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전남 소방 항공기가 통제항공기의 교신 내용을 듣지도 않는 등 기본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조장비도 없는 군·산림청·소방 등의 헬기가 마치 불구경하듯 저마다 기관장 등을 태우고 현장을 다녀갔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고 말했다.
보고서는 "임무수행중 타기관 항공기는 물론 우리청(해경) 상호간에도 현장진입에 대한 절차 준수 및 공중경계 활동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성호기자